편협을 넘어 알 밖에 던져지기
PT를 해서 좋은 점은 운동을 하다 뭔가 이상할 때, 내 몸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맞춤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나의 목표는 짱멋있는 등 가진 언니들처럼 광배퀸이 되어서 등근육으로 어깨 펴고 체형 교정하고 맨몸풀업 가능한 짱멋있는 사람 되기다. 그래서 매일 랫풀다운을 열심히 당기면서 무게를 슬슬 늘리고 있는데, 묘하게 양쪽 자극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한하게 오른쪽은 자극이 있는데 왼쪽은 자극이 덜 오는 거 같아 뭐가 문제인지 여쭤봐뒀다.
그래서 PT시간에 로잉머신에서 한쪽씩 당기기를 하면서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 어디에 자극이 오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설명을 하면서
"쌤 이게 오른쪽은 여기에 힘이 들어오고, 여기가 이렇게 움직이는 느낌이 나는데 왼쪽은 방향이 좀 다르더라고요! 자극도 덜 오고요! 왼쪽이 문제죠? 뭐가 문젤까요?"
하고 물었는데 PT쌤이
"본래 같은 강도로 운동했을 때 약한 쪽에 자극이 더 크게 오니 회원님은 오른쪽이 더 약하신 거고요, 왼쪽이 더 강하신 거예요."
아...?
그간 양손으로 무게를 애써 당기면서 묵묵히 힘내서 정확한 움직임으로 운동해 오던 왼쪽 광배가 누명을 벗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오른쪽 팔과 광배힘이 약한 탓이었던 것이다. 그간 왼쪽이 약하다고 굳게 믿었던 나, 나 오른손잡이니까 내가 야구 선수라면 우투우타겠지?라고 생각했던(이런 생각을 왜 했냐면 그냥 했다.. 그냥 할 수도 있지.) 나의 세계가 와장창 무너졌다. 나, 왼쪽이 강한 여자.
그렇게 세계가 깨지고 보니, 그간 난 오른쪽이 강하니까 똑바로 운동해서 자극이 똑바로 오나보다고 생각했던 그릇된 세계에서 벗어나 나약한 오른쪽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주사용 방향은 아니지만 본인이 쓸모가 있을 때 묵묵히 강함을 발휘하던 왼쪽의 존재... 하체 하다 보니 엉덩이도 오른쪽이 더 빡세더라... 아, 오른쪽 분발해라....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그날 이후로 나의 세계는 한 겹 깨져나갔다. 그렇게 껍데기 밖의 공기와 맞닿은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닐 것이다.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커다란 깨달음은 또 나의 세계를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를 내보낼 것이다. 그렇게 나의 세계가 깨진다는 건, 받아들임으로써 자란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 내 세계가 깨지는 경험은 더러는 사안에 따라서 고통스러울 수도, 두려울 수도 있지만 깨어질 것이 깨어지고 이미 이전의 세계가 사라졌으며, 맞닥뜨린 세계에서 더 정확한 진실과 성장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게 뭐든.
웬 마트료시카마냥 자꾸만 세계가 깨지는 게 조금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 순간 또 한 뼘 자라지 않았을까. 다시 이전의 알로는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그러니 내가 아는 것이, 내 세계에 있는 것이, 익숙하다고 해서, 내 알고리즘에서 완벽히 맞다고 해서 늘 옳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면, 인정하고 내 세계를 깨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통해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하게 성장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덧, 그리고 나는 오늘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나도 모르게 광배에 힘을 주고 아래로 당겼다......... 이쯤 되면 찐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