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과잉 시대의 디자인 에이전시

AI가 만들 수 없는 선택의 밀도를 다루는 일

by 더크림유니언


많은 디자인 에이전시가 지금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왜 일이 줄어드는지, 왜 설득이 어려워졌는지, 왜 잘 만들었는데도 선택되지 않는지.


그 원인을 AI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기술이 바꾼 환경 속에서, 에이전시의 역할이 재정의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생산은 평준화되었고, 설명은 과잉되었습니다


AI는 디자인 생산의 속도와 접근성을 급격히 평준화했습니다.
이제 결과물은 더 빠르게, 더 쉽게 만들어집니다.

동시에 설명은 넘쳐납니다.
데이터, 레퍼런스, 자동 생성된 논리까지—

설명할 수 없는 선택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설명이 많아질수록 결정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에이전시가 제공해 온 가치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에이전시는 잘 만드는 능력, 설득력 있는 표현, 안정적인 실행으로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이 역할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가 동일한 영역을 빠르게 메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에이전시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한다면,
경쟁자는 늘어나고 선택될 이유는 줄어듭니다.






디자인은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룹니다


디자인은 본래 선택의 문제입니다.
무엇을 강조할지, 무엇을 버릴지, 어떤 방향을 지금 택할지.

AI는 선택지를 늘려줍니다.
그러나 선택의 무게를 정리해주지는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에이전시의 역할은 분명해집니다.
선택을 대신 내려주는 조직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선택이 명확해지고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돕는 서비스 조직입니다.






디자인 서비스는 ‘판단의 밀도’를 높이는 일로 이동합니다


AI 시대의 디자인 서비스는 정답을 제시하는 일이 아닙니다.


복잡한 조건을 구조화하고

선택의 기준이 흐려지지 않도록 정렬하며

결정의 맥락이 결과물 안에서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만드는 일


이 역할이 디자인 서비스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은 형태를 만드는 작업 이전에 사고를 정렬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에이전시는 속도가 아닌, '밀도'로 평가받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AI와 속도로 경쟁하는 순간,
에이전시는 이미 불리한 게임에 들어간 것입니다.

앞으로 평가받는 것은 얼마나 빨리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왜 이 선택이 지금 필요한지

무엇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이 결과가 어떤 판단의 연속선 위에 있는지


를 설명할 수 있는 밀도입니다.


이 밀도는 자동화되지 않습니다.

경험과 책임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AI는 디자인 환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이 다루어야 할 질문까지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그 질문을 정리하고, 선택이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것.

그 역할이 정리되는 순간, 디자인 에이전시는 다시 필요해집니다.


지금 이 시대에, 여전히.










The creamunion corp.

CX Strategy Director 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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