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기준으로 한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가
디자인과 기획의 영역에서 휴리스틱은 오랫동안 신뢰받아 온 판단 방식입니다.
복잡한 상황에서 빠르게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경험적 규칙.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작동해왔다는 점에서,
휴리스틱은 분명 유효한 도구였습니다.
특히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되던 시기에는
속도와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조직은 규칙을 공유할 수 있었고, 판단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다만 지금의 환경은, 그때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휴리스틱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던 시기에는 몇 가지 공통된 전제가 있었습니다.
모든 정보를 분석하기 어렵고, 계산과 검증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며,
최종 판단은 인간의 몫이라는 전제입니다.
이 조건 아래에서 휴리스틱은 ‘가장 그럴듯한 선택’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합리적인 전략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휴리스틱은 속도를 전제로 한 판단 체계였습니다.
AI가 보편화된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변화의 핵심은 판단의 정확도 그 자체라기보다는 판단이 이루어지는 환경에 있습니다.
분석은 자동화되고, 예측은 실시간으로 제공되며, 선택지는 인간이 인지하기도 전에 정렬됩니다.
우리는 이제 판단을 ‘만드는 입장’이 아니라,
이미 생성된 결과를 ‘받아들이는 입장’에 더 자주 놓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AI는 점점 더 정확한 결과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직과 서비스에서는 익숙한 문장이 반복됩니다.
데이터는 충분했습니다.
모델은 정확했습니다.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의 책임과 맥락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기존의 휴리스틱은 더 이상 전략의 중심에 서기 어렵습니다.
휴리스틱은 판단을 돕는 규칙이지, 판단을 설명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AI 환경에서 전략은 더 나은 규칙을 추가하는 문제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판단은 어떤 기준 아래에서 수용되었는가.
우리는 이 결과를 왜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엇을 근거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정교한 AI를 사용하더라도 판단의 주도권은 사실상 외부에 놓이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휴리스틱이 무력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AI 시대에도 휴리스틱은 여전히 유용합니다.
다만 그 역할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최종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초기 판단을 돕는 참고 정보로, 전략의 중심이 아니라 보조 수단으로.
AI 환경에서 휴리스틱을 여전히 ‘결정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순간, 전략은 구조를 잃게 됩니다.
휴리스틱은 오랫동안 우리의 판단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AI가 일상이 된 환경에서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는 더 빠른 판단이 아니라,
판단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이제 전략은 규칙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판단이 형성되는 구조를 이해하는 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인식하는 것, 그 지점에서부터 AI 시대의 전략은 시작됩니다.
AI 시대에 전략은 더 이상 정답을 빠르게 고르는 기술이 아닙니다.
판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판단을 어떤 기준으로 수용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AI 시대 전략의 본질에 더 가깝습니다.
AI가 보편화된 환경에서 전략의 역할은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고를 것인가 → 누구의 기준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얼마나 빠를 것인가 → 어떤 판단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정답을 찾는 일 →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 일.
이 변화는 디자이너, 기획자, 전략가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이 판단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The creamunion corp.
CX Strategy Director 정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