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phany

#11. 인연

나의 옛 인연과 새로운 인연

by Da Hee

그동안 광고 촬영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텔레비전이나 지면 광고 촬영이 시작되면, 개인적인 스케줄과 일상이 단번에 사라지고 마치 세트장이라는 또 다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다행히 이번 촬영은 평일 저녁과 토요일에 진행되어 기존의 스케줄을 유지하면서도 촬영에 몰입할 수 있었다.



촬영장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그들의 에너지를 직접 느낄 수 있고, 배울 점도 많다. 이번 촬영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인연은 체코 출신의 헤어·메이크업 담당자였다. 첫 만남부터 기분이 좋았고,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세심하고 섬세하게 나를 챙겨주는 그의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 촬영 내내 편안했다.



두 번째 촬영에서도 그는 내 메이크업을 담당했는데, 그의 뛰어난 실력에 감탄하며 더욱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놀랍게도, 그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내 지인과도 아는 사이임을 알게 되었다. 그 지인 역시 내가 첫 만남부터 특별하게 여겼던, 나와 성향이 잘 맞는 사람이었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사람들이 10년 전부터 이미 인연이 닿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토요일 촬영 중,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희야, 잘 지내?" 발신자는 이름이 표시되지 않았지만, 고민 끝에 여자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누구?"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곧장 10년 전의 옛 인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보통 카톡 프로필 사진을 동물 사진으로 설정하는데, 한 달 전 내 사진으로 바꾼 이후 여러 끊어졌거나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사람들이 다시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10년 전이라면 상대의 용기를 생각해 관계를 다시 이어가려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 삶에 집중하고 있기에 개인적이거나 사적인 감정이 크게 들지 않았다. 새로운 인연이든 옛 인연이든, 이제는 내가 받아들일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명확하게 보인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첫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고, 일관된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첫인상도 변할 수 있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람과 환경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는 결국 모든 것을 발전시킨다고 믿는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인연이 닿지 않더라도,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과는 언젠가 다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부정적인 변화도 존재한다. 과거와 현재의 손익 계산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사람들, 첫 만남부터 과하게 친한 척하거나 아부를 떠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거리감을 두게 된다. 또한, 과거에 예의 없이 행동했거나 관계를 소중히 여기지 않던 사람들이 상대가 잘 나가는 모습을 염탐하다가 필요에 의해 다시 관계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나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대한 사람을 오래 미워하는 성격이 아니다. 타인을 미워하는 감정은 결국 내 기분과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대할 수 없는 상대와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상대를 얕보거나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한 존중이자 나 자신에 대한 정직함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나는 내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과는 언젠가 다시 자연스럽게 인연이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날을 기대하며, 그들과 나의 행복과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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