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phany

#18. 내면의 평안

A quiet mind

by Da Hee

그동안 나에게 실망감이 들어 글을 쓸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무력감에 글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쓴 글조차도 내면의 혼란을 감추려는 미사여구의 나열처럼 느껴져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여느 때처럼 단조로운 생활 루틴을 반복하며, 4년 전 시아버님의 사고로 끊겼던 가족 외출 미션을 마침내 성공했고, 10년 만에 영주권도 나왔다. 남편의 오랜 친구 결혼식을 겸한 여행도 다녀왔다. 또한, 시동생 덕분에 해외 쇼핑에 잠시 중독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꽤 즐겁게 지냈다.



이곳에서의 내 삶은 한국에서의 삶에 비해 젊고 활기차다. 내 기운이 커지고 발산될 때면, 이곳에 있는 것 자체로 설레고 즐겁다. 하지만 기운이 침체되고 자신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내 자아가 건강하지 않을 때, 나는 변명거리를 늘어놓고 싶어진다. 남 탓을 하거나 환경 탓을 하거나, 내가 만들 수 있는 모든 이유를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나는 계속 나락에서 헤매게 된다. 결국 그곳에서 벗어나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 자신을 직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끌어안아야 한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나의 정체기와 혼란기는 짧아졌지만, 여전히 불시에 그 감정이 나를 침몰시킨다.



한동안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나는 이제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여느 때처럼 커피를 마시며 특별한 일 없이 단순한 깨달음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진리는 너무나도 단순하다. 단순하지만 명백하여 반박이 불가능하다. 그 진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다만 그것을 꺼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진리를 마주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나는 여전히 불완전한 나일뿐이다. 하지만 그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고, 마음의 평안이 밀려왔다.



오늘 아침, 잠잠해진 물속에서 떠오른 진리는 바로 "편안함"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편하다'와 '편안하다'를 자주 혼동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편하고 편안한 상태'이다. 내 언어로 표현된 내 진리는

무엇이든 내 몸이 편하고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이 최고다


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 문장이 내 머릿속을 스쳤을 때, 나는 진정으로 편안해졌다. 평온함이 바로 열쇠였구나. 어떤 선택을 할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헷갈릴 때,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을 회피하려는 일시적인 편안함이 아니라, 내 마음의 고요가 느껴지면 그것이 바로 답이었다. 그것이 바로 나고,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이다.



앞으로 나는 나의 고요함에 집중하려 한다. 편안한 상태를 연마하기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또다시 나는 내 인생의 궤도에 잘 올라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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