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phany

#22. 부부

by Da Hee

몇 주 전부터 새로운 아침 루틴이 생겼다.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 남편과 함께 산책을 시작했다.



요즘 이곳은 초겨울에 접어들어 해가 늦게 뜨고,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에는 바다가 있어, 바람도 거세다.



알람이 울리면 잠옷만 재빨리 갈아입고, 기모 처리된 스웨트팬츠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로 우리 부부는 말없이 어둠 속을 걸어 올라간다.
눈앞에는 거대한 산등성이가 장관을 이루고, 차가운 겨울바람에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롱한 정신으로, 우리는 묵묵히 걷는다.
어젯밤 꿈을 떠올리기도 하고, 문득 스치는 깨달음에 잠시 머물기도 한다.
오늘의 계획도, 부정적인 생각도,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를 희미하게 지우고 걷는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면서 공기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20분쯤 지나면, 내리막길 너머로 해안선이 펼쳐진다.
우리는 말없이 바다 위로 떠오른 아침 해를 바라보며 한동안 서 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하면 모든 창문을 활짝 열고, 커피를 내린다.
말없이 서로를 안은 채, 커피가 내려지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
나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남편은 디카페인 라떼를 들고 각자의 자리로 향한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하루를 시작한다.

평범하지만 감사한 일상을,
우리의 방식대로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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