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통의 하루
나는 고지식한 면이 있어 줄임말보다는 원래의 단어와 표현을 하나하나 정확히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비록 말이 길어지더라도 본래의 형태를 담아 제대로 소리내는 것이 더 클래식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나만의 낭만이자 취향이라고 자부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고루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종종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줄임말을 익히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특히 좋아했던 줄임말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이 단어는 억지스럽지 않고 저속하게 느껴지지도 않으며,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의 시대적 흐름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소확행' 대신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표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단순한 행복을 넘어 평범한 하루를 지향하는 이 흐름은, 내가 겪었던 경험과 묘하게 맞닿아 있었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소수자로 살아온 나는 차별과 혼란스러운 팬데믹의 시기를 거치며, 3년 동안 집시처럼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그 시기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다니는 것이 삶의 목표였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내 손으로 일구어낸 삶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일은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되었다. 끊임없이 행복을 좇는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나일 뿐이며, 내가 나로서 온전해질 때 비로소 보통의 나와 보통의 하루도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6개월 전, 나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 아주 보통의 하루를 감사히 살아가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특별한 기쁨이 없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의 현재 삶을 돌아보면 ‘아보하’는 현재 나의 생활 방식과도 딱 들어맞는 트렌드였다.
그렇다면 왜 나를 포함한 한국 사회의 젊은 세대가 '아보하'를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였을까? 내 경험을 통해 추론해보건대, 우리 모두가 혼란의 시기를 지나며 각자의 방식으로 소소한 행복을 추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행복을 쫓는 데 급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자신을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아도, 스스로 온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 사회의 젊은 세대는 행복에 집착하지 않아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진정한 나로서 살아가며, 아주 보통의 하루를 온전히 누리는 것. 그 자체가 충분히 가치 있고 특별한 삶이라는 깨달음이 ‘아보하’라는 흐름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