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piphany

#2.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Human, all too human

by Da Hee

어릴 적부터 나는 천성적으로 인간에 대한 정이 많았지만, 동시에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외부 세상과 철저히 분리된 채 살아가는 법을 익혔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친구들과 놀다가도 어느 순간,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관찰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깨달음을 얻는 느낌을 자주 경험했다.


서른 살이 되던 즈음, 나는 어린 시절의 나와 그때의 생각들을 되새기며 자주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서른이 되면 20대의 자아를 넘어서 완성된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내가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어린 나는 당당하고 철이 들었으며 순수함을 간직한 완벽한 모습으로 느껴졌지만, 서른 살의 나는 어리석고 모순적이며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그 현실은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Humanity>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단어는 인간미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인간다운 것에는 결코 긍정적인 면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Humanity>라는 말을 사랑한다. 세월이 흐르고, 나와 내 환경에 대한 경험이 쌓일수록 <Humanity>는 내게 더 깊고 무겁게 다가왔다.


현재 중년에 접어든 나는, <Humanity>라는 단어가 유아기를 지나 청소년기를 거치며 경험한 순수한 맑음과, 성인이 되어 가며 마주한 서툰 나 자신과 불안한 어둠이 얽힌 복잡한 감정 속에서의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모든 인간 안에서 처연하지만 밝은 희망을 발견한다.


나와 너, 우리 모두의 세상은 인간답고 인간답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다. 이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다움이 결국 우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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