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와 자기계발
허전한 마음을 타인과의 관계로 달래려 하면, 오히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는 느낌이 든다.
돌이켜보면,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 즐겁게 학창시절을 보냈을 때는 인기는 많았지만 정작 학업에는 소홀해졌다.
반면, 학급이 바뀌거나 주거지를 옮기는 등의 환경 변화로 인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시기에는 외로움은 컸지만,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실제로도 더 많은 성장을 이뤘다. 지나고 보니, 함께였던 시간보다 혼자였던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렵지 않다. 인생에서 그런 시기가 오면, 그것은 나에게 한 단계 도약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더 깊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 한다.
문제는, 그렇게 한 단계 올라선 후다. 이제는 좀 즐기고 여유를 부리고 싶어질 때. 처음 몇 달은 안정감을 느끼며 만족스럽고, 좋은 사람들도 곁에 생기고, 삶이 행복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시기가 1년 이상 지속되면, 점차 목표 없이 즐기기만 하게 되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며 무료함이 찾아온다.
그 행복했던 안정감조차 점차 불행으로 느껴진다.
좋았던 인연도 하나둘 짜증스럽게 보이기 시작하고, 마치 모든 것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결국 나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외부에 대한 불만은 곧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바뀌고, 자책하게 된다.
요즘 나는, 그동안 바깥으로 흩어졌던 에너지를 다시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때가 왔음을 느끼고 있다.
삶이 편해져서 그 사실을 외면하고만 싶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 같은 것이 자꾸 치밀어 오른다. 아마도 이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그것을 연료 삼아 다시 성장해야 할 시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왜 늘 나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하는 걸까, 왜 나는 다른 똑똑한 사람들처럼 인간관계와 자기계발을 동시에 잘해내지 못하는 걸까 하는 억울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그 억울함도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결국 그냥 그런 거라는 걸 알게 된다. 내가 나인 것처럼.
그저 나는 내 숙명을 올바른 방향으로 건강하게 풀어낼 수 있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