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끊임없는 변화, 리움미술관

'더 담다.' 공간의 현상 : 제 2호. 리움 미술관 / 저자 : 오지만

by 더 담다

‘더 담다.’의 두 번째 걸음, 리움미술관


더담다의 ‘공간의 현상’ 프로젝트의 두 번째 대상으로는 한남동의 리움미술관을 선택했다. 각기 다른 3명의 건축가, 그리고 이들의 다양한 성격을 이어주는 중앙의 홀, 리움미술관이 만들어내는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융합적 공간에 탐구해보고자 한다.


남산 아래 모인 3가지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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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의 지상 건물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진다. M1 전시실, M2 전시실, 아동교육문화센터.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 3명이서 세 가지의 건물들에 각자만의 해석을 담은 흙, 불 등 한국 전통적 요소에서부터 스틸, 유리 등 첨단적 요소에 이르기까지의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자기의 곡선을 따라 돌아가는 역사, 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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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Mario Botta

대지면적|2,333㎡

연면적|9,850㎡

규모|지상 4층, 지하 3층

“미술관 건축은 과거에 종교 건축이 했던 역할, 즉 경건함과 숭고함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 Mario Botta


리움미술관의 중심이자 건물 내부로 진입하자마자 볼 수 있는 전시실 M1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국내 고미술 상설전시관이다.

흙과 불로 만들어진 테라코타 벽돌로 구성된 건물 외벽은 어쩌면 가장 토속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 토속적인 외벽을 다시 역원추형이라는 곡선에 담음으로써 마치 도자기와 같은, 고미술이 지닌 직선·곡선의 아름다움을 건물로써 보여주고 있다.


리움미술관이라고 하면 다들 중앙 홀의 로툰다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마리오 보타가 만든 이 “도자기”건물은 리움미술관을 들어오며 처음으로 보게 되는 공간이자, 리움미술관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공간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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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툰다의 원형 천장 가장자리에 내려오는 방사형 기둥들은 각각의 높이, 너비가 다른 의자들로 연결되어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틈새의 휴식을 만들어준다. 그 의자에 앉은 찰나의 휴식은 주변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고, 로툰다의 천장에서 내려오는 은은한 자연광이 이를 맞이하며 자연스레 사람들의 기억과 머릿속에도 잠깐의 휴식을 만들어 준다.








M1의 “도자기”가 만들어낸 역원추형 곡선은 로툰다의 주변으로 회전하는 역사의 길을 만들어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4층은 간간히 유물들만 보이는 암실이지만, 직선이었던 길이 안쪽으로 점점 휘어지고 빛이 들어오면서 끝내 가장 밝은 빛이 내리는 로툰다의 최상층에 도달한다.





"도자기”의 안쪽 가장자리를 따라 만들어진 계단들을 밟고 내려가면서, 왼쪽 벽으로 난 작은 창들에 조금씩 보이는 위의 지나온 곳과 아래의 지나갈 곳의 모습들은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작은 액자를 통해서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는 “도자기”의 내부를 둘러본다. 아래로 흘러가는 계단은 다시 다른 전시에 이어지게 되고, 우리는 이를 따라서 다시 전시가 만들어내는 어둠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






무자비한 박스들 속 모습을 드러내는 현대, 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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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Jean Nouvel

대지면적|1,787㎡

연면적|5,167㎡

규모|지상 2층, 지하 3층

“건축은 공간을 구성하는 기술일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작업"
- Jean Nouvel


M1의 “도자기” 길이 잔잔한 곡선형 흐름을 보여줬다면, 장 누벨의 M2는 무자비한 “전시박스”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다각도들로 전시관을 폭파시켰다. 이렇게 폭파된 공간은 다각도들에 의해 묻히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더 자유로운 경로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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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박스”의 내부로 담아내는 직각 공간들과, 박스가 교차하며 생기는 둔각·예각들, 다시 또 이러한 둔각·예각에 반항하여 생기는 내부 직각 공간들까지, 건물 전체가 현대 미술이 보여주고자 하는 틀을 부수는 자유로움이 반영된 하나의 거대한 미술품으로 승화된다.


M2의 현대 미술 전시는 빛에서 뿜어져 나온다. 다각도를 위해 사용된 지하의 “전시박스”들은 지면에서 대지와의 틈을 만들어, 움푹 파인 수직적인 뷰를 맞닿은 창을 통해 담아 낸다. 대지를 파고들어가는 건물과 그 앞에 마주보는 지하 테두리는 그 두 벽 사이 수직 공간에 빛과 그림자가 한눈에 담기도록 하며, 벽면 외장의 철제 프레임에 담긴 암반석은 이 빛과 그림자의 대비 효과를 돌 하나하나로 세분화하여 묘사한다.


거대한 공간 중앙에 벌려진 입, 아동교육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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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Rem Koolhaas

대지면적|3,980㎡

연면적|13,254㎡

규모|지상 2층, 지하 3층

"나는 건축이 어떻게 이벤트의 흐름을 보내고, 강화시키고, 유연하게 하고, 투명하게 하는지에 관심있다"
- Rem Koolhaas


M1, M2가 흐름, 공간을 파괴하는 도전을 했다면, 아동교육문화센터는 수직적 요소, 다시 말해 “층”이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아동교육문화센터에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층”을 구분짓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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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층이 없는 이 텅 빈 공간 중심에 커다란 검은색 콘크리트 덩어리를 두었다. 수직 중심에 붕 떠 사선으로 틀어진 이 “블랙박스”는 지하 2층의 전시에서부터 최상층의 카페까지 연결해주는 슬라브이자, “블랙박스” 아래로 형성되는 전시품을 감상하는 입구가 되어준다.



거대한 중압감을 만들어내는 “블랙박스”는, 사실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 평범히 한 층이 들어갈 수 있던 자리에, 사선으로 슬라브를 잘라내고 벽을 둘러쌓는 것만으로 거대한 메스를 형성한 것이다. “블랙박스”의 위아래로 잡아주는 기둥은 자연스럽게 “블랙박스”의 내부에는 사라지게 되어, 처음 “블랙박스”의 입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실내안에 구현된 또 다른 내부 공간으로서 인식 가능하게 최면을 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또 다른 내부 공간” 속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블랙박스”가 가리고 있던 제 3의 공간이 맞이한다. 쉽고 단순하게 층으로 공간을 구분짓는 것 대신, 중앙에 거대한 메스와 그 메스가 일반층과 맞닿아 발생하는 미세한 가려짐으로 다음으로 이어질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미술관이라는 흐름이 가려버리는, 죽은 공간


리움미술관은 가히 굉장한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말로 담기에도 부족할 정도의 뛰어난 독창성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현재의 리움미술관이 이 건축이 보여주는 독창성들을 모두 발휘하고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필자는 본 칼럼을 위해 총 2번의 촬영을 다녀왔지만, 2번의 촬영에서 모두 “죽은 공간”들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흔히 설계에서 말하는 Dead Space(설계과정에서 방치되는 사용이 불가능한 공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본 건물의 특성인 ‘미술관”이 만들어내는 “관람경로”에 의해 방문이 제한되는 공간들을 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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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금지된 공간들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가 그 이유였다. 물론 제아무리 건물의 미술관으로 지어졌다고 한들, 보수-설비를 위한 시설은 있기 마련이기에 관련자가 아닌 일반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리움미술관이 막아둔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그 이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피시설 도면 상으로도, 적혀있는 층별 안내에도 분명히 관계자 시설이 아님에도 제한된 공간들이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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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동선의 원활한 유지와, 관람객으로 하여금 최종적 도착지가 동일할 수 있도록 경로 이탈 방지를 위해 관람 방향을 제한하는 것은 미술관의 입장으로선 물론 당연한 일이다. 다만, 제한하는 방식이 기존의 설계된 공간들을 해치는 것은 옳지 않는다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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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건물을 설계하며 건축가가 의도한 공간들이 있고 이것들이 연결되는 방식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내부 프로그램에 의해 한 공간을 의도적으로 막아버린다면, 과연 건축가가 의도한 방향으로 사람들이 건물을 해석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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