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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널북스 Channel Books Mar 30. 2021

[독후감] 우리를 둘러싼 바다 - 레이첼 카슨

인간을 잉태한 지구의 양수, 바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읽기가 다소 망설여졌다. 무엇보다도 작자인 레이첼 카슨에 대한 차가운 인상 때문이었다. DDT 살충제에 대한 경고를 다룬 ‘침묵의 봄’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당시의 강렬하고 어둡고 건조한 인상이 가시질 않았다. 물론 유익하고 좋은 책이었지만, 끈임없이 쏟아내는 과학적 지식과 날카로운 비판들이 책을 읽어나가기에는 다소 버겨웠던 기억이 있었다. 분명 좋은 책일테지만 ‘우리를 둘러싼 바다’도 역시 무겁고 어두운 주제에, 학술적이고 무미건조한 문체로 읽기가 쉽지 않으리라 지레 겁을 먹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포근한 제목 때문이었다. 워낙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바다라는 것이 위협적이거나 포위당한 느낌이 아니라, 어머니 뱃속의 양수가 여리고 나약한 아기를 감싸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장의 장 제목은 ‘어머니 바다’다. 바다의 여러가지 얼굴 중에서 우리에게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소금, 무한에 가까운 먹을거리와 자원, 휴양 등 아낌없이 주는 바다의 이미지는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수많은 생명의 시발점이 바다이기도 하지만, 바다가 주는 이미지는 왠지 평온하고 풍요로우며 생명력이 넘쳐나는 생동감이 있다. 생명을 돌보는 어머니 같은 느낌이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도 표현했듯이 그야말로 지구를 돌보는 바다의 모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다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중대한 역할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여러가지 방식으로 우리를 돌보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오늘날 인간의 환경파괴로 인해 공기가 오염되고, 기후가 변화하며, 겪어보지 못한 질병이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바다는 인간을 보호하는 마지막 안전한 자연인양 아직까지도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고 사람들이 뿜어내는 독소를 정화해 주고 있지만, 언젠가 바다가 최후의 순간에 역습을 시작한다면 인류는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책의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바다가 매우 광대하고 얼핏 외따로 떨어져 있는듯 보이므로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이들은 그동안 바다에 주목해 왔다. 지난 195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는 원자 시대의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나 오염된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자연의 공간으로서 바다를 선택했다’고 한다. 얼마전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60~7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은 오염되고 위험한 물질들을 바다로 부어 넣을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일상적으로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는 생활하수와 공업용수는 어떠한가. 완벽하게 정화해서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어머니 바다의 정화 능력을 어느 정도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정신차리고 어머니 바다를 지키지 않으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인간에게 양분과 안정을 제공하는 어머니의 양수가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머니 바다라는 문구가 주는 문학적인 인상과는 별도로, 이 책은 바다에 대한 방대한 양의 지식을 끈임없이 쏟아내는 과학책이자 자연사에 대한 서술이다. 심지어 이 책이 쓰여진 것은 60~70년 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바다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증명된 내용만 보자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겠지만, 이 책은 바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책에서도 재판 머리말에서 언급되었지만, 해양학은 1950년대에 눈부시게 발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 인간이 군사학적 필요에 의해 바다를 연구하면서 비약적으로 바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몹시 씁쓸한 대목이다. 인류의 문명이 최대의 번영기를 맞이하고 있는 오늘날이야 말로 바다에 대하여 좀 더 스마트하게 연구하고 활용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이야 말로 인간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바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어머니 바다는 우리를 둘러싼 양수이기도 하면서, 각자의 문명이 자기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보호막이기도 했다. 반대로 새로운 문명과 육지를 향해 나아가는 탐험로 이기도 하고, 국가 간에 항만을 통해 물류를 이동시키는 교역로가 되기도 한다. 정말이지 바다는 우리를 온통 둘러싸고 있다. 육지 간 교역은 반드시 바다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물론 오늘날에는 항공운송도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바다를 건너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이나 인원의 가성비를 생각하면 바다 위로 가는 방법이 훨씬 유리하기도 하다. 오늘에도 많은 부분의 운송이 항만을 통해 해상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의 표현을 빌어 표현해 보자면 본디 우리가 속한 세계는 수중세계요, 바다라는 외투를 걸치고 있는 행성이며, 그 안에서 대륙이란 그저 모든 걸 에워싸고 있는 바다의 표면 위로 잠시 솟아난 땅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지구의 양수, 바다를 더 이상 오염시킨다면 어머니 바다도 우리를 돌보기를 멈출지 모른다. 무한히 자비로운 풍요의 어머니 바다를 이제는 스마트하게 연구하고 보호해야 할 절박한 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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