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널북스 Channel Books Mar 30. 2021

[독후감] 꽃들에게 희망을 _ 트리나 폴러스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진짜 행복이 있는 거죠?


며칠 전, 데미안을 다시 읽고 독후감을 썼다. 갑자기 아주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한동안 나의 인생 책이라고 여겼던 책이 떠올랐다. 꽃들에게 희망을.


이 책은 기본적으로 동화에 가깝다. 하지만 담고 있는 철학과 사상은 데미안에 못지않다고 단언한다. 어떤 면에서는 조금 덜 추상적이지만, 우리 살에 와닿는 느낌은 훨씬 강한 책이다. 


1972년에 출간되어 벌써 50여 년이 지난 책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읽으셨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혹시 안 읽은 분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줄거리를 정리하겠다. 스포라고 여겨지는 분들은 아래 문단을 SKIP!! 줄거리는 YES24 책 소개 페이지의 줄거리를 그대로 긁어왔다. 





줄거리


호랑 애벌레는 애벌레 더미로 이루어진 애벌레 기둥을 발견하고는 뭔가 다른 삶을 기대하며 애벌레 기둥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만난다. 두 애벌레는 기둥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와, 마음껏 풀을 뜯어 먹고 신나게 놀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랑 애벌레는 애벌레 기둥의 끝에 뭐가 있을지 계속 궁금해하고, 결국에는 노랑 애벌레와 헤어져 다시 애벌레 기둥을 오른다. 홀로 남겨진 노랑 애벌레는 정처 없이 헤매다 나비가 되려고 고치를 만드는 늙은 애벌레를 만나고, 노랑 애벌레는 나비를 꿈꾸며 고치를 만들고 나비로 다시 태어난다. 한편,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으며 기둥에 끝에 선 호랑 애벌레는 그 끝에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때, 호랑 애벌레 앞에 나타난 노랑나비. 호랑 애벌레는 노랑나비를 따라가 고치를 만들고 나비가 된다.





이런 이야기다. 이렇게 줄여 놓으니 하나도 멋있지 않다. 정말 진심으로 부탁드리는데,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여태껏 소개했던 어떤 책보다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읽는데 10~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림도 많다. 주변 도서관에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빌려 읽으셔도 좋다.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정말 주옥같은 문장들이 즐비하다. 데미안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은 아니지만, 짧고 단순한 문장들이 머리와 가슴을 툭툭 건드린다. 여운이 꽤 오래간다.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주 옛날,
작은 호랑 애벌레 한 마리가
오랫동안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알을 깨고 나왔습니다.


역시 데미안보다 한 수 위다! 벌써 알을 깨고 나왔다. ㅎㅎ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 먹고 자고 살아가던 애벌레가 어느 날 생각한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야. 
이런 삶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해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가? 

그저 맛있는 것 먹고 아늑한 보금자리가 있는 삶이 목표이지는 않은가? 

잠시 생각했다. 


개중에 깨어있는 자들이 애벌레 기둥을 오르기 시작한다. 서로 밟고 밟히고, 끌어내리고 더 위로 올라간다. 수천수만 마리의 애벌레가 뒤엉켜 위로 위로 오른다. 이를 악물고 오르지만 구름에 가려진 꼭대기는 보이지 않는다. 분명 다들 저 위로 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으니, 저 위에 대단한 게 있는 거겠지 생각하면서. 그러다 친구도 연인도 밟고 올라간다.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저 꼭대기로 갈 수가 없다. 가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많은 애벌레들이 기를 쓰고 올라가는 건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꼭대기에는 뭐가 있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


"나도 몰라, 그런 건 생각할 시간도 없단 말이야"


꼭대기에 올라간 애벌레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포라서 얘기하지 않겠다. 꼭 한 번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이 장면에서의 삽화도 충격적이다. 여기저기 같은 것이... 힌트를 주자면 꼭대기에 있던 다른 애벌레가 이런 말을 한다. 



조용히 해, 이 바보야!
우린 지금 저들이 올라오고 싶어 하는 곳에 와 있단 말이야!


난 이 책을 20살 즈음에 읽었다. 학창 시절 제법 착실한 학생이었던 나는 20살 즈음에 질풍노도가 좀 있었나 보다. 생각도 많았고. 그때도 여기저기에 글을 썼는데, 가능하면 어떻게든 기록해 두려고 노력했다. 오래된 외장하드를 뒤져서 20살 근처에 '꽃들에게 희망을'에 대해서 쓴 글의 일부를 찾았다. 지금 보니 참 패기 있었다 싶다.. 


저 청년은 지금 어디 간 걸까?

아직도 꼭대기를 보려고 오르고 있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 세상에 정상이 있다면

난 확인하고 싶다..

"꽃들에게 희망을" 에서

정상에 오른 벌레는

인생의 허무함,

정상에 오르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밀려 떨어져 죽고 마는

정상을 확인한다...

밀려 떨어져도 좋다....

난 그 정상에 서고 싶다...

느리게 사는 지혜도 좋고...

죽음을 앞둔 모리의 충고도 감사하다

그래도 난 확인해야겠다...

우리의 인생이 꼭대기에 도착하면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