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백수 김민준, 정보의 바다에 뛰어들다
띠리링 ~~
[ 튜터리얼 4-2 ‘자료 조사’ 가 적용되었습니다 ]
이제는 스킬이 적용될 때마다 느껴지는 머릿속의 우릿한 느낌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
사실은 슬슬 기대가 되기도 한다.
‘자, 이번엔 또 뭐가 달라졌을까.’
민준은 가볍게 눈을 감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머릿속에 마치 수백 개의 브라우저 창이 동시에 열리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어…?’
의식하지 않아도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단순한 검색이 아니었다.
이미 존재하는 정보들을 연결하고,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명그룹… 한명바이오텍… 루미아랩스…’
박하영 기자가 말해준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의 구조도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한명그룹.
자산 총액 수백 조, 계열사 수십 개.
전자, 건설, 금융, 바이오, 미디어까지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는 국내 1위 재벌.
‘겉으로는 깨끗하고 모범적인 기업 이미지…
하지만 이 정도 규모면, 안에 먼지 하나쯤은 꼭 있지.’
민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특히 한명바이오텍.
표면적으로는 신약 개발과 바이오 연구를 하는 평범한 계열사지만,
최근 10여 년간 눈에 띄는 성과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연구개발비는 꾸준히 증가.
오히려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이상하지…
성과 없는 조직에 이렇게 돈을 퍼붓는다고?’
그리고 루미아랩스.
‘…이건 거의 그림자 조직이네.’
조직도 상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외부 인터뷰, 논문, 특허, 홍보 자료…
어느 하나 제대로 공개된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안 등급은 그룹 최상위,
보고 라인은 회장단 직속.
‘와… 이거 진짜 냄새 나는데.’
민준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찬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정리가 끝난다.
‘…잠깐.’
민준은 문득 박하영 기자를 떠올린다.
‘이 정도 정보면…
기자라고 해도 혼자 파헤치기엔 꽤 위험한데.’
다시 눈을 뜨자,
하영은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민준을 바라보고 있다.
“민준씨… 괜찮으세요?
아까부터 갑자기 멍해지셔서요.”
“아, 네. 괜찮습니다.”
민준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사람 눈 제대로 못 마주치던 그 민준이 아니다.
“정리가 좀 됐습니다.”
“정리요…?”
하영이 고개를 갸웃한다.
민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연다.
“박기자님이 말씀하신 내용,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민준의 시선이 불타 없어진 연구소 쪽으로 향한다.
“이번 화재는 단순 사고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영의 눈이 커진다.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있을 겁니다.”
민준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단정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있었을 겁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민준은 잠시 말을 멈춘다.
괜히 너무 앞서가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천천히 가자.
상대는 기자고, 난 아직 아무것도 아닌 백수다.’
그는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정리된 정보들을 훑는다.
“업로드 브레인은
루미아랩스의 비공식 실험 라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 실험은…”
민준은 잠시 숨을 고른다.
“성공했거나,
혹은 성공 직전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영의 표정이 굳는다.
“그 말은…
그래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죠.”
민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민준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저는 꽤 귀찮은 존재가 됩니다.”
하영은 그제야 민준의 말을 이해한 듯 숨을 삼킨다.
“설마… 민준씨가…?”
“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실험 결과가 남아 있는 실험체.”
잠시 정적이 흐른다.
멀리서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하영은 입술을 꾹 깨문다.
“그럼… 위험해질 수도 있겠네요.”
“이미 위험합니다.”
민준은 웃으며 말했다.
“다만…”
그의 눈빛이 달라진다.
“예전의 김민준이었다면,
지금쯤 겁에 질려 도망쳤겠죠.”
민준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릅니다.”
그 말에 하영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분명 말은 조심스럽지만,
그 안에 깔린 자신감이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하영의 질문에 민준은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연다.
“일단,
이 판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판 안이요?”
“네.”
민준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한명그룹.”
하영은 깜짝 놀란다.
“그 큰 회사에요?
설마 바로…”
“바로는 아니죠.”
민준은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팝업이 조용히 떠오른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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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은 속으로 웃었다.
‘하…
진짜 게임이네, 이거.’
“인턴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민준의 말에 하영은 잠시 말을 잃는다.
“민준씨…
아까까지 백수라고 하셨잖아요.”
“네.”
민준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좋죠.”
“…왜요?”
“아무 색도 안 묻은 상태니까요.”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위를 노릴 수 있는 위치입니다.”
하영은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사람…
진짜로 들어갈 생각이구나.’
그리고 그 순간,
하영의 기자 본능이 조용히 속삭인다.
‘이 남자…
큰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될지도 몰라.’
민준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연기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은 회색 하늘.
‘그래.
백수 인생은 여기까지다.’
그의 눈빛이 단단해진다.
‘이제부터는…
회사에서 놀아보자.’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