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
J와 나는 온도차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체온 차일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30℃가 훌쩍 넘는 날씨에는 당연히 에어컨을 켜야겠지만 초여름에 나는 에어컨 없이도 잘 수 있는 사람, J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결코 잘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6월부터 우리 집 에어컨은 열일 중이다.
그렇게 에어컨을 켠 지 2개월, 밤마다 목이 건조해 깼고 코에서 알 수 없는 냄새가 났다. 나는 지독한 여름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기침과 열이 났고 몸이 무거웠고 팔, 다리가 아프고 힘이 없었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 머리가 아팠기에 일주일 동안 J와 다른 방에서 잠이 들었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환기가 될 수 있을 정도로만 방문을 열어두었다. 조금 나아질까 싶을 때쯤 생리가 시작되었고 허리가, 배가 아파 뒹굴거렸다. 찜질기를 배에 얹어놓고 땀을 흘리며 잠을 잤다. 몸이 아프니 자꾸 마음도 시름시름 해졌다.
느지막이 일어난 주말 오후,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와 화장대로 걸어가던 나는 침대 모서리에 오른쪽 새끼발가락을 부딪히고 말았다. 새끼발톱 위로 핏방울이 피어올랐다. 크리넥스 2장을 뽑아 발가락을 부여잡았다. 며칠 동안 앓았던 모든 것이 서글프고 서러웠다. 그때, J가 방으로 들어왔다.
왜 그래?
그 말 한마디에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나는 알 수 없는 울음을 쏟아내며 엉엉 울었다. J는 늘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침대를 향해 마구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침대는 더 정물처럼 덩그러니 있었다. 짧지만 크게 울고 나니 이내 웃음이 났다. 내 부주의로 인해 일어난, 아주 사소한 해프닝에 울고 있는 내가 어이가 없어서, 침대를 향해 찰진 욕과 갖다 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는 J가 고맙고 귀여워 웃음이 났다.
아마 J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몇 분 동안 새끼발가락을 꽉 쥐어 잡고 지혈을 한 후 서둘러 화장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옷을 입고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 혼자였다면 별 거 아니었을 일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 더 과장된 감정이 튀어나왔다. 사소한 일도 사소하지 않게 해주는 사람, 그 덕에 나는 더 많이 울기도 하고 더 많이 웃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