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반입을 금지합니다

No Phone Zone, 우리의 시간을 지키는 방법

by 가현


밤마다 우리는 침대에서 누워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각자의 휴대폰으로 나는 주로 드라마를, J는 농구나 우주 과학 등 관심 있는 분야의 영상을 보았다. 이건 우리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아닐 것이다. 대다수의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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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면서 TV를 사지 않았다. 매일같이 켜져 있던 TV에 빠져 시간을 소비했던 지난날의 습관을 끊어내기 위해 5단 책장과 미니빔 프로젝트를 샀다. 신혼 초에는 영화를 볼 때 빔 프로젝트를 사용했지만 연결하는 작업이 귀찮아지면서 서랍 저 너머에 어딘가에 넣어둔 지 오래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둘 다 책을 좋아했다. 하여 침대 맡에도, 소파 위에도, 책상 한 귀퉁이에도 즐비한 책들이 한가득이었다. 주말에는 쌓여있는 책을 보며 즐거움 반, 부담감 반으로 책을 읽지만 주중에 일을 마치고 돌아와 책을 읽는 건 쉽지 않았다. 그저 소파에 퍼질러 앉아, 혹은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휴대폰 속의 세상을 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보다 보면 금세 1~2시간씩 훌쩍 지나갔다. 둘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저녁이라도 먹는 날에는 약간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에는 둘 다 피곤에 절어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저 휴대폰 속 누군가 재잘거리는 소리만이 집안 가득 퍼졌다.


J 안 되겠어. 너무 휴대폰을 많이 하는 거 같아.

나 (별생각 없이) 요즘 다 그렇지, 뭐.

J 앞으로는 침대에서는 휴대폰을 하지 말아야겠어.

나 (여전히 생각이 없는 상태로) 응, 그래. 좋은 생각이야.

J 이제 우리 집은 침대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야.

나 으응... (이게 아닌데) 뭐라고?

J 이제부터 침대에서는 NO SMART PHONE!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절제가 안 되니 앞으로 침대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J의 다짐은 충분히 이해했다. 이해하고도 남았다. '넌 너무 심하게 휴대폰을 많이 하더라. 그런데 거기에 나는 왜? 응, 나는 왜 때문에 그래야 하는 건데. 난 싫어, 절대 싫어. 나는 침대에서 휴대폰 하는 거 좋아. 계속 휴대폰 할 거야.' 하지만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나 또한 쉴 새 없는 드라마, SNS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대기는 마찬가지였으므로.


휴대폰 금지령 이후, 우리 집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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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HONE ZONE을 시행한 지 어느덧 3개월이 넘었다. 물론 몸이 좋지 않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날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했지만(주로 J가 허용해줬지만) 웬만해서는 침실에 휴대폰을 가져가지 않고 있다. 덕분에 집에서도 휴대폰 사용 시간이 줄었다. 대화가 많아졌고 자기 전 책 읽는 습관이 생겼으며 수면의 질도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가끔은 자기 전까지 거실이나 소파에서 뭉그적거리며 졸릴 때까지 휴대폰을 하기도 한다. 뭐, 어쩌겠는가.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 정도도 감지덕지다. 오늘도 침실에 들어가기 전 알람을 맞춘 후 거실 충전 어댑터에 휴대폰을 꽂아 둔다. 내일도 좋은 아침이 될 거야,라고 주문을 걸며 침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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