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인 인천 송도 호텔
2020년 버킷리스트를 업데이트하면서 J가 한 달에 한 번씩 호텔에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을 하고 매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니 특별함을 경험할 기회가 적어졌다는 것이었다. 하긴, 얼마 전 소파를 사고 나서 집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했는데 금방 적응해버리고 말았다. 매번 새로운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는 확실히 부족했다. 우리에겐 생활권(?)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시작된 [주말에는 호텔에 갑니다] 프로젝트. 이야기만 했는데도 벌써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호텔 컴바인,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 여행을 갈 때만 들어가 보던 웹 사이트를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니 마음이 콩닥콩닥 거렸다.
1월의 어느 주말, 홀리데이인 인천 송도 호텔에 갑니다.
엄마의 생신 기념으로 언니가 송도의 한정식집을 예약하면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지역이 정해졌다. 연애할 때 주로 송도에서 데이트를 했는데 결혼을 하고 서울로 이사를 하고 나니 송도에 갈 일이 없어졌다(주변의 놀거리들이 훨씬 풍부해졌으니 당연한 말씀). 오랜만에 추억놀이도 할 겸 폭풍 검색을 했는데 웬 걸, 이미 웬만한 호텔은 객실 예약이 만료되었다.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이 이리도 많다니. 서둘러 J에게 이 사실을 공유하고 부랴부랴 찾은 호텔이 '홀리데이인 인천 송도 호텔'이다. 첫 번째 호텔을 고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피트니스'였다. 괌 여행 때 힐튼 리조트의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하고 나서부터 여행지에서 운동하는 재미를 톡톡히 봤다. 예약이 가능한 호텔 중 피트니스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트윈 베드가 모두 싱글이라는 점이 다소 아쉬웠지만 일장일단이 있으니까.
가족들과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얼추 체크인 시간이 되었다. 시간에 맞춰 호텔에 들어가긴 처음이었다. 1층은 컨시어지 데스크만 있고 프런트는 19층에 위치해 있었다. 창 밖을 보니 세상에나, 어디까지 개발될 참인지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여기가 송도 끝자락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준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집은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 집만 없는 걸까, 매번 던져도 답이 안 나오는 질문만 허공에 던지고 룸으로 내려왔다. 참고로 12~18층이 게스트룸이고 우리는 1605호 객실로 배정을 받았다.
볼 건 없지만 화창한 날씨에 탁 틔어진 창 밖을 보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우리 집은 3층에 반대편에 사무실이 있어 창문을 열어두는 게 불편해 창 밖을 내다볼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이런 시야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간의 전환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더군다나 집에 있으면 미뤄두었던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잠시나마지만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해방감인가! 둘 다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TV를 보기도 하고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다가 누구랄 것도 없이 스르르 낮잠을 잤다. 호텔 침구의 사각거림이 참 좋다.
다음 날 오전, 오전 9시에 알람이 울렸다. 이 곳을 선택한 이유인 GYM에 가기 위해서였다. 2층에 위치한 GYM은 룸과 마찬가지로 아담했지만 웬만한 기구들을 갖추고 있었다. J와 나는 작년 말에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서 같은 선생님께 PT를 받아 운동 방법과 자세가 공유된 상태라 한창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가볍게 러닝머신으로 몸을 풀어준 후 나는 스쿼트와 매달리기, 복근 운동을, J는 스쿼트와 덤벨을 이용한 상체 운동을 했다. 서로 자세를 봐주며 운동을 하는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아 공간 전체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다. 누군가와 공유하는 공간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어 운동에 집중이 잘 됐다. 그리고 운동을 마칠 때쯤 게스트 한 사람이 왔다.
일상에서 반복해오던 일들이었지만 '새로운 공간'에서는 그 모든 것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벌써 다음 달이 기다려진다. 어디를 가게 될까. 그리고 그곳에서는 또 무엇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