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서 쓸 수 있는 결혼 일기
일주일 뒤면 곧 결혼을 한 지도 1년이 된다. 결혼을 한 후 많은 이들이 "결혼하니 좋아?"로 나의 안부를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고 한 곳을 응시하며 입을 동그랗게 모은 채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대부분은 그저 웃고 넘어가지만 사실 내겐 참 어려운 질문 중 하나였다. 결혼하니, 좋은가.
미혼이었던 내가 알던 결혼생활과 기혼으로써 내가 겪은 결혼생활은 정말이지 '하늘과 땅' 차이었다. 대체로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듣는다 한들 경험해보지 않고선 그 말의 뜻을 이해할리가 만무했다. 경청과 이해의 극심한 차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J는 종종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 같이 나갔다 들어와서 내가 저녁 차리고 설거지하면 넌 청소기를 돌리거나 빨래를 정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야? 집에 밥이 없으면 나한테 뭐 먹어야 되냐고 물어보지 말고 냉장고 열어보면 되잖아. 매번 뭐가 있는지 어떻게 아냐고 하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알아? 내가 장 보니까? 그럼 네가 장 보면 되잖아. 선크림 떨어졌으면 집에 오는 길에 사와. 아침마다 선크림 없다고 하지 말고. 그리고 화장실 청소는 매번 내가 한다. 알아? 그리고 가뜩이나 신발도 큰 데 안 신는 신발은 신발장에 넣어놓으면 안 돼? 왜 옷을 죄다 빨래 건조대에 올려놔, 그럼 빨래는 어디다 널어. 그리고 청소기 안 돌린 바닥 지저분한 거 몰라? 빨아놓은 옷들을 여기다 놓으면 어떻게 해. 아, 정말. 왜 맨날 나만 노력하고 배려해야 돼?
- 너만 노력하고 배려했다고? 오늘 외출하고 들어오면 너는 차에서 잤지? 나는 3시간 넘게 운전했는데 그건 기억 안 나나 봐. 운전하는 거 피곤한 거 몰라? 밥 먹고 좀 쉬면 안 되냐? 그리고 내가 언제 너보고 밥 해놓으래? 그냥 뭐 먹으면 좋을지 물어보는 거잖아. 물어보지도 못해? 생활비 카드 네가 갖고 있으면 나보고 장을 보라고? 그러면 용돈을 주든가. 그리고 선크림 없다고 말도 못 하냐. 너는 왜 말하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하냐. 그럼 난 집에서 말도 하지 마? 그리고 너느 모르겠지만 현관이랑 베란다는 내가 청소하고 있거든. 내가 그거 일일이 말하는 거 봤어? 누군가 못하면 대신할 수도 있지, 내가 너 바빠서 빨래 못하고 청소 못하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한 적 있어? 아, 진짜. 넌 왜 맨날 그렇게 뭐든 다 불만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는 정말 팽팽했다. 각자 사업을 하고 있어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더 날이 서있었다. 서로가 배려해주길 바랬지만 오히려 뾰족한 말들을 내뱉으며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사소한 일들이 나의 결혼생활에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6년의 연애로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결혼생활을 정말 달랐다. 사소한 부분들을 맞추는 데에 1년이 걸렸다. 그렇다고 지금도 100% 맞추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전보다 J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는 거다.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했다. 많이 들은 말이어서 나 스스로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저 활자로만 읽었뿐이었다. 지금에서야 나는 결혼이 시작이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오늘도 나와 J는 결혼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