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건강하게 사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내는 취미생활 ① 운동

by 가현

어느 여름날이었을 거다. 운전을 하는 J의 옆에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차가 정차하고 무심코 J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문득 J의 반팔 아래로 보이는 팔뚝(!)에 시선이 꽂혔고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말해버렸다.

팔이 되게 말랑말랑해


이 말에 J는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어머님 댁에 있던 푸시업 바와 덤벨 등 몇 가지의 운동기구를 가져오고는 매일 아침, 짧게라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사를 한 후에는 작은 방에 턱걸이를 설치하고 종종 매달려 있곤 했다.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팔에 근육이 생겼다. 변화가 생길 때마다 J는 자랑스럽게 내게 만져보라고 했다. 단단해진 J의 팔을 보며 새삼 이 사람의 성실함에 놀랐다. 그렇게 꼬박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더 좋아지지 않는 정체의 구간에 들어섰다. 늘 운동에 대한 욕구가 있던 J에게 PT를 받아보길 권했다.


올해 초, 운동을 하지 않는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돼 PT를 끊어드렸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운동을 할 수 있다던 아빠는 엄마보다 체력이 약해 금방 지치곤 했다지만 지금은 매주 2~3회씩 운동을 하고 계신다. 혼자라면 절대 하지 않을 정도의 강도와 횟수로 운동을 하다 보니 근육도 생기고 체력도 좋아지셨다. 만날 때마다 팔에 힘을 주며 얼마나 근육이 생겼는지 자랑하는 아빠가 귀여웠다. 그 기억을 상기시켜주며 J에게도 PT를 권했다. 근육이 생겼기 때문에 지금 PT를 받으면 금방 더 좋아질 거라며 수차례 말했더니 8월, 드디어 운동을 등록한 것이다.


10회만 등록하려는 J에게 이왕 하는 거 30회는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부축인 건 나였다. 횟수에 따른 할인율 차이도 있었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어떤 취미생활도 하지 않은 J가 운동이라도 마음껏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30회를 등록한 J는 매주 2회 PT를 받기로 했다. 초반에는 운동 스케줄을 지켰지만 잦은 야근으로 인해 운동이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그것이 못내 스트레스가 된 모양이다. 그러던 중 PT권이 양도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은 J.


J 확실히 운동하니까 좋네.

나 아무래도 1:1로 운동을 하니까 자세도 제대로 하게 되고.

J 그렇지. 그리고 트레이너가 재활 관련 공부를 해서 스트레칭이랑 근육 이완도 많이 알려줘.

나 오, 좋네. 나도 정형외과에서 도수치료받을 때 필라테스나 PT 같은 1:1 운동하는 게 좋다고 했었어.

J 그래? 그럼 너도 PT 할래? 이거 양도 가능해서 나눠서 할 수 있대.


KakaoTalk_20191208_185533889_01.jpg 일주일에 2번씩 운동하는 닥터짐, 트레이너쌤이 진짜 멋지다! 하하 :)


엥? 나도 PT 하라고?


하지만 그 무렵 나는 운동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혼자 달리는 거면 모를까,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운동을 가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특히 헬스장은 러닝머신 말고는 도무지 운동기구의 이름이나 사용법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스쿼트나 런지를 할 때면 매번 첫 자세를 잡는 것부터 엉거주춤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디서,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 어떤 운동을 몇 세트씩 해야 하는지, 어떤 운동을 연결해서 해야 하는지 등. 그저 내게는 어려운 운동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운동을 하게 되어 있다. 언제나 J의 뜻은 이루어진다.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건강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언변에 언제나 그렇듯 나는 KO패. J의 PT 10회가 나에게 왔다.


인바디를 하고 어떤 운동을 했었는지 상담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 했던 운동이 올초에 했던 필라테스였는데 담당 트레이너인 홍쌤은 아주 긍정적이었다. 필라테스를 했다면 분명 근육 사용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운동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운동을 하면서 홍쌤은 매 세트마다 나의 이해력과 자세애 대해 아낌없이 칭찬해주었다. 역시 베테랑이었다. 칭찬을 받은 나는 마치 고래가 춤을 추듯 열심히 스쿼트를, 데드리프트를 하게 되었다(나는 이리도 수동적인 사람이었던 것인가). 홍쌤과 함께하면 신나서 운동을 했지만 혼자 운동을 하러 가지는 않았다. 배운 것을 복습하지 않으니 매번 자세를 잊어버렸고 운동 효과도 낮았다. 그러던 중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2주간의 회복 기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 PT를 받는데 아뿔싸, 정말이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쭉 지켜보던 J가 입을 열었다.


J 운동하기 싫어?

나 아니, 허리가 아프니까. 운동을 할 수가 없지.

J 아니, PT 받으러 가는 거 말고는 너 혼자 가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래.

나 혼자서는 어떤 운동을 몇 세트씩 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리고 일도 많았고.

J 그럼 홍쌤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하기 싫은데 하는 거면 그만둬도 돼.


KakaoTalk_20191208_185715132.jpg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에서 달리는데, 역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다.


함께 건강해야지


J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걸 타인의 입으로 듣게 되니 약간 모욕감도 느껴졌다. 기분이 상한 나에게 J는 운동을 하며 얻고 싶었던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건 바로 함께 건강해지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함께 달리기를 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 이제야 생각이 났다. 언젠가부터 나는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 위해 달리기를 했고, J가 나누어준 10회의 PT도 의무감으로 하고 있었다. 번쩍, 정신이 들었다. 부끄러움이 이제 오롯이 나의 몫이 되었다. '이번 주에는 혼자 운동하러 가야지.' 나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운동을 하러 가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거울에 비친 나를 좀 더 관찰하게 되었다. 자세를 꼼꼼히 체크했고 숙지하지 않았던 운동방법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여전히 자세는 무너지고 이름은 헷갈리지만 이전보다 몸이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종종 J와 함께 운동을 하러 간다. 여전히 자세가 무너지고 흔들리긴 하지만 횟수를 채운다. 강도를 높인다. 각자 운동을 하지만 우리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건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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