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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Jan 20. 2023

사소한 걷기

걷기는 발견이다. 

남편이 아이를 재우는 동안, 간단히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걸었다. 아이를 낳고 이렇다 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러 핑계를 대며 미루고 미뤘다. 하지만 결국 노동으로 경직된 몸은 언제고 탈이 난다. 팔이며 목이며 허리며, 성한 곳이 없었다. 몇 주 전에는 추나요법을 받았지만 시간을 내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계속 몸이 굳어가니 생각도 굳어갔다. 몸을 사용하는 것은 일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제한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뉴필로소퍼 이번 호 '몸이 마음에게- 마음이 몸에게'를 보게 되었다. 안 그래도 계속 위태위태했기에 서둘러 책을 샀다. 원래 책을 읽을 때는 언제나 앞에서 뒤로, 순서에 맞게 읽는데(단편집이나 매거진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페이지를 마구 넘기다가 멈춘 곳에서 읽기 시작했다.


- 20대 중반의 프리드리히 니체는 매일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씩 산책했다. 

- "우리는 책을 통해서만 사유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탁 트인 야외에서 걷고 뛰고 오르고, 인적이 드문 산이나 해변에서 춤추며 사유한다. 그런 곳에서는 길이 생각이 된다."

- "최대한 적게 앉아 있으라. 야외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며 근육을 쓰는 상태에서 태동하지 않은 생각은 무엇도 믿지 말라."


그 순간 책을 덮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책이 아니었다. 그렇게 산책을 하러 나간 것이 어제였다. 1시간을 걷고 들어오니 오히려 헛짓거리를 하지 않아 좋았다. 늘 일기도 쓰지 않고, 책도 읽지 않아서 후회했던 시간들을 산책으로 대체했다.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더 여유로웠다. 동네를 걸었을 뿐인데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나는 걷다가 종종 멈췄다. 나중에 가보고 싶은 곳들(새롭게 발견한 빵집, 카페, 바(Bar) 등)을 사진 찍었고, 종종 다리가 뻐근해서, 허리가 아파서 잠시 숨을 골랐다. 


걷는 동안 주변을 관찰하기도 했지만 나의 몸의 불편함을 감지하기도 했다. 그러니 내일도 또 걸어봐야지. 작심삼일이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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