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Jun 16. 2016

그리운 나의 라디오

고물라디오에 대한 추억

차를 타고 다닐 때, 주로 라디오를 듣는다. 시간대에 상관없이 운전을 하게 될 때가 있어 각 시간대별로 즐겨듣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사실이 마냥 좋은 것을 보면, 라디오는 내게 참 오랜 친구인 게 분명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9시 54분, DJ의 엔딩멘트로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는 시간. 그리고 10시.


별밤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중학생인 언니가 별밤을 듣기 시작하면서 어린 나이에 라디오를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별밤지기는 '이문세' 아저씨. 뽐내기 대회를 통해 데뷔한 가수들도 있을만큼 별밤의 코너들에는 대단한 힘이 있었고, 물론 재미도 있었다. 문세 아저씨가 떠난 자리를 이적님이 채워줬다. 그때까지였다. 나에게 별밤은. 그 후로 참 많은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95'-04') / 유희열의 음악도시(97'-01')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99'-04') / 이소라의 음악도시(01'-06')
윤종신의 두시의 데이트(03'-08') / 이문세의 오늘 아침(04'-11')
성시경의 푸른밤(05'-08') / 김지연의 뮤직하이(07'-08')
서현진의 굿모닝FM(07'-08') / 유희열의 라디오천국(08'-11')
문지애의 푸른밤(09'-10') /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09'-11)
윤상의 팝스팝스(10'-13') / 노홍철의 친한친구(10'-11')
심현보의 오늘 아침(11'-12') / 성시경의 음악도시(11'-14')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11'-14') / 김C의 뮤직쇼(13'-14')

배철수의 음악캠프(90'-현재)
이현우의 음악앨범(07'- 현재)
이루마의 골든디스크(12'-현재)
노홍철의 굿모닝FM(16'-현재)


하나하나, 찾아보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흔적이 남아 현재도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있지만 폐지되어 이제는 그 프로그램을 들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던 그들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진짜 음악의 힘을 아는 DJ가 그립다. 경험없이 가벼운 조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위로하는 DJ가 그립다.


라디오가 가지고 있는 매체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지만 라디오의 감성을 알고 있는 이들이 오래오래 라디오를 들었으면 좋겠다. 시그널만 들어도 두근거리던 라디오의 감성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의 딸에서, 누군가의 엄마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