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Aug 24. 2016

불공평한 24시간

7살의 여자 아이와 68살의 노인

버스 시간을 알려주는 어플 덕분에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한 손에는 양산을, 한 손에는 가방을 든 중년의 여성이 저 먼치 걸어가고 있었다.

귀여운 종종걸음. 하지만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녀는 길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로 걷고 있었다.

'괜찮아, 먼저 지나가도 돼. '라고 말하는 것처럼.

결국 나는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고 스치듯 지나쳐갔다.



그녀는 어젯밤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약속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외출 준비를 했다.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의 거리는 1㎞ 남짓.
15분 정도 걸으면 되던 거리였는데, 요즘은 족히 20분이 넘게 걸렸다.

날씨 너무 더워 챙길 것이 더 많아졌다. 손수건, 물, 양산 등.

9시 40분, 그녀는 현관문을 열려다가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화장실 불을 껐던가? 가스레인지 불은?', '휴대폰은 가방 안 주머니에 들어있지?',

'어머, 물병에 물만 담아 놓고 그대로 두고 갈 뻔했네.' 


지난번, 현관문을 꽉 닫지 않아 계속 잠금장치가 열렸다 닫혔다 했던 적이 있기에 현관문을 힘껏 닫았다.

그녀도 젊었을 때는 길 중앙으로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었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았다.

신발은 발 모양과 체중을 고려해 선택했다. 색은 단조롭고 모양은 투박했다.

걸음이 느려진 후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가장자리로 걷게 되었다.

사람은 그녀를 제치고 앞서 걸었다. 모두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없었다. 그녀는 10분 정도 기다린 후 버스를 탔다.

여유를 부리지 않았는데 시간은 약속 시간에 다 달았다. 



하루는 24시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 시간은 상대적이다. 

노란 버스를 타고 엄마에게 손을 흔드는 유치원생과 전속력으로 뛰어야 지각을 면하는 고등학생,

장바구니를 들고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는 아줌마, 노인정에서 하루종일 바둑을 두는 할아버지.

이들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너무나 다르다. 


어린 시절, 시간이 너무 많아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답답했는데

지금은 중요한 것을 할 수 없을만큼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등을 밀어준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