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속도로 살아가는
조깅을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따라 공원에 나왔다. 사놓고 제대로 입은 적 없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나를 본 그는 토끼눈이 되었다. “너랑 운동할 때 입으려고 산거야.” 질문도 없는데 대답을 했다. 그는 피식 웃고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나도 질세라 서둘러 준비운동을 하고 시작점에 섰다. 그는 신발 끈을 확인하고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자, 달리자.
공기가 좋았다. 바람이 좋았다. 같이 뛴다는 게 좋았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나는 내 속도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순식간이었다.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이내 숨이 찼고 다리가 무거웠다. 그는 이런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선 괜찮다고 말해주듯 어깨를 톡톡, 치고는 다시 속도를 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천천히 걸어보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정신이 몽롱했다. 한동안 그 상태였다. 그렇게 걷다보니 다시 트랙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공기가 좋았고 바람이 좋아서 다시 정신이 들었다. 호흡을 찾고 나니 내 속도로 걸을 수 있었다. 팔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몇몇의 사람을 재치기까지 했다.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악을 틀고 조금씩 속도를 내었다. 나는 다시 뛰게 되었다.
뛸 때마다 움직이는 안경이 귀찮았다. 안경을 벗어 한 손에 들고 뛰기 시작했다. 그때, 진짜 내 속도를 찾았다. 앞이 보이질 않자 누가, 어떤 속도로 걷는지, 뛰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 대신 머리를 가르는 바람의 시원함, 발이 바닥에 닿을 때의 안정감, 적당한 속도록 뛰는 심장의 두근거림,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나의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신이 났었다. 그와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것과 오랜만의 공원의 달리기, 거기에 선선한 밤공기와 바람. 그게 나의 속도를 앞섰다. 하나의 집중한다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누군가의 속도가 아닌 나의 속도(가끔 그림자에 비친 혼자의 모습은 외롭기도 했지만)로 가니 오히려 더 오래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사진출처, The Indian EXPRESS
@글, 앨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