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함께 달리기로 했다.
2년 전부터 조군은 달리기의 매력에 빠졌다. 달리기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그곳에 있는 버드나무가 그의 오랜 벗이 되어준 것도 한몫했다. 신혼집을 얻은 곳은 도시계획으로 인해 아파트와 상점들이 많은 곳이라 달리기를 할 만한 곳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조군과 나의 직장의 중간인 곳을 얻으면서 대중교통이 좋은 곳을 찾는 것이 0순위였기 때문에. 그래도 근처에 학교가 있어 혹시라도 공원이 없다면 운동장이라도 뛰어야겠다고 조군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고, 지난주 우리는 뛸 만한 공원을 찾았다.
집에서 걸어가기엔 조금 거리가 있어 차를 타고 이동한 공원은 생각보다 꽤 컸다. 함께 달리기를 원했지만 요즘 운동이라곤 숨쉬기뿐이었던 나는 걷겠다고 했다. 몇 번이고 “뛰어야지.”라고 말하던 그는 별 수 없다는 듯이 “그럼.”이라며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11월. B시의 공원은 처음이기에 천천히 둘러보았다. 조금 걷다 보니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족구장이었다. 나에겐 너무나 생소한, 그냥 공을 걷어차는 행위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공놀이. 열 댓 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던 그 곳을 지나고 나니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었다. 내심 반가웠다. 조군에게는 뛰었다고 하고 이곳에 앉아 책을 읽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함께 달리기로 해놓고,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은 도심 한복판에 있었다. 주변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였고, 오고 가는 버스들이 꽤 많았다. 한껏 꾸며 약속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과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꾀죄죄한 모습이 조금 창피해 얼른 모퉁이를 돌았다. 모퉁이를 돌았을 뿐인데 사람도, 차도 적어졌다. 운동을 하는 동안 이곳도, 나도 변하게 될 것이다. 공원은 계절에 따라, 나는 노력에 따라. 나는 변화될 내 모습보다 공원의 모습이 더 기대가 되었다. 아마 그래서 나는 꽤 열심히 운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3바퀴를 달린 조군은 숨을 헐떡였다. 나는 앞으로 변하게 될 공원이 기대된다며 열심히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내 의지를 전달했다. 그는 꽤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 결심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는지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는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벌써 2017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