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Oct 04. 2016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나는 도쿄에 서 있었다.

 알람이 울렸다. 깨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는지, 그토록 가고 싶던 일본을 가게 되었다는 설렘 때문이었는지, 아님 그저 창문이 열러 내내 추워서 그랬던 건지 알 수 없지만 새벽 4시, 나는 캐리어를 꺼내 들고 공항으로 향했다. 평소였다면 택시 안에서 잠이 들었을 텐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쿰쿰한 담배 냄새가 배어있는 택시였다. 평소 같았다면 인상을 찌푸렸겠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고 생각했다. 공항은 이미 북적였다. 모두들 어디로 떠나는지 한껏 들떠있었다. 공항에만 도착했는데도 이미 어딘가로 떠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2시간, 한국과 일본은 고작 그 정도의 거리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올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무려 33년 만에 처음 오다니. 그런데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너무나도 조용한 공항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이는 인사마저도 공손하게 느껴졌다. 공항에서 JR을 타고 신주쿠로 향하는 내내 잠이 들었다. 처음 KTX를 타고 부산에 갈 때는 두근거림에 잠도 오지 않았는데.


신주쿠에서 내려 숙소가 있는 니시오기쿠보로 가는 전철로 갈아탔다. 도쿄, 다. 어느덧 나는 도쿄에 와 있었다.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늘 상상만 했던 곳에 내가 서 있었다. 두리번, 두리번. 나는 여행객이었다. 나는 그들과 동화될 수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지금,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에 왔으니까.


조용한 공항, 조용한 전철, 조용한 마을. 나는 도쿄에 왔다. 


@사진출처, Pixabay

@글, 앨언니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에겐 야경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