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렸고 나는 흐르는 시간을 잠시 붙잡았다.
종이 울렸다. 분침이 12를 향하는 매 정각에는 시침이 위치한 숫자만큼 종이 울렸고, 분침이 6을 향하는 매 시간의 30분에는 어김없이 한 번씩 종이 울렸다. 괘종시계는 태엽을 감아야 움직일 수 있다. 시계 안에는 2개의 태엽이 있는데 하나는 시침과 분침이 멈추지 않고 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고, 하나는 때에 따라 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 태엽은 대개 일주일에 한 번은 감아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계가 멈춰버리거나 종이 울리지 않았다.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울리는 시계 종소리에 이내 시간을 확인하곤 했다. 서둘러 나가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금 원래 자신이 하던 활동을 계속했다. 괘종시계는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손님이 많은 어느 날이었다. 시계태엽 감는 것을 깜빡해 종이 울리지 않았다. 시침과 분침만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종이 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괘종시계의 종소리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편하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어 시계의 존재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시계는 멈춰버렸고 그제야 나는 태엽을 감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계가 제 역할을 하려면 나도 내 역할을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시계 앞에 서서 열심히 태엽을 감았다. 어느새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괘종시계가 하는 일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종이 울리는 그 순간,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붙잡아준다. 종이 울리는 동안 나는 그 시간에 멈춰 선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의 그 시간에 안녕, 인사를 한다. 종이 그치고 재깍재깍 초침 소리가 들린다. 나는 다시 종이 울릴 시간을 기다리며 흘러가는 시간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