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Jul 06. 2017

괘종시계

종이 울렸고 나는 흐르는 시간을 잠시 붙잡았다.


 종이 울렸다. 분침이 12를 향하는 매 정각에는 시침이 위치한 숫자만큼 종이 울렸고, 분침이 6을 향하는 매 시간의 30분에는 어김없이 한 번씩 종이 울렸다. 괘종시계는 태엽을 감아야 움직일 수 있다. 시계 안에는 2개의 태엽이 있는데 하나는 시침과 분침이 멈추지 않고 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고, 하나는 때에 따라 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 태엽은 대개 일주일에 한 번은 감아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계가 멈춰버리거나 종이 울리지 않았다.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울리는 시계 종소리에 이내 시간을 확인하곤 했다. 서둘러 나가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금 원래 자신이 하던 활동을 계속했다. 괘종시계는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었다.

 

 손님이 많은  어느 날이었다. 시계태엽 감는 것을 깜빡해 종이 울리지 않았다. 시침과 분침만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종이 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괘종시계의 종소리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편하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어 시계의 존재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시계는 멈춰버렸고 그제야 나는 태엽을 감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계가 제 역할을 하려면 나도 내 역할을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시계 앞에 서서 열심히 태엽을 감았다. 어느새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괘종시계가 하는 일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종이 울리는 그 순간,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붙잡아준다. 종이 울리는 동안 나는 그 시간에 멈춰 선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의 그 시간에 안녕, 인사를 한다. 종이 그치고 재깍재깍 초침 소리가 들린다. 나는 다시 종이 울릴 시간을 기다리며 흘러가는 시간을 살아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기 입문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