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 Jul 24. 2017

안내방송

타인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아침부터 안내방송이 나왔다.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아파트 전체에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이었다는 프랑스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이 한순간에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 도대체 이 아침부터 왜 방송이야, 시끄럽게.


- 안녕하십니까, 경비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안내판에 공지한 것처럼 이번 주에는 승강기 점검이 있습니다. 

또한 요즘 창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세대가 많습니다. 쓰레기를 치우려면 구조물을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던 중 경비원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창 밖으로 쓰레기 버리는 것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민 여러분의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이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창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닌가? 이런 걸 안내방송으로까지 해야 한다는 것에 황당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며칠 전부터 안내판에 붙어 있던 '승강기 점검'을 보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공지했지만 보지 않았고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지키지 않았다. 안내방송을 하는 이들은 오죽 답답했을까. 


 생각해보면 전하는 이들은 자기 입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내문을 붙이고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아침부터 방송을 했다. 반면 받아들이는 이들은 귀찮아했고 무관심했다. '좀 더 잘 보이게 붙이란 말이야.' 쉽게 내뱉고, '타인의 입장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겠다.'는 듯 고집스럽게 그런 입장으 고수한다. 나도 그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문득 오늘에서야 안내방송에 귀 기울인 이유는, 너무 이기적이지만 아빠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곧 환갑을 맞는 우리 아빠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늘에서 떨어진 쓰레기를 줍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말에 내내 마음이 아팠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만약 나의 일이라면 어땠을까, 그런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진 아침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괘종시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