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함께 식사를 했다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가장 염두한 것은 숙소의 위치였다. 볼거리가 많은 로마와 피렌체에 머물면서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아내로서의 나는 조식이 포함된 호텔이나 한식을 차려주는 한인민박이 너무나도 끌렸지만 여행자로서의 나는 편하게, 집처럼 쉴 수 있는 숙소에서 머물고 싶었다. 그리하여 에어비앤비를 통해 J는 로마에서 머물 숙소를, 나는 피렌체에서 머물 숙소를 예약했다. 각 숙소가 여행하기 좋은 위치였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하루도 빠짐없이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일상
여느 맞벌이 부부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J와 나는 함께 아침을 먹은 적이 거의 없다. 오전 7시에 출근하는 남편, 9시에 기상하는 아내. 툭하면 야근을 하니 평일 저녁을 함께 하는 경우가 일주일에 한 번이면 많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 주말에야 겨우 집에서 같이 밥을 먹는다. 대부분도 늦잠을 자니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일상에서는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었는데 여행을 오니 오히려 그 일이 일상이 되었다. 저녁 8시가 다 돼서야 로마의 숙소에 도착한 이미 지쳐있었고 근처의 레스토랑을 찾을 기력도 없었다. 캐리어를 열어 한국에서 가져간 즉석밥과 3분 카레, 볶음김치, 자반 김을 꺼내 저녁을 먹었다. 한국에서라면 간단히 때운 정도였겠지만 로마에서의 이 저녁 식사는 한정식 부럽지 않은 식사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둘째 날,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시내투어에 너덜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coop이라는 마켓이 눈에 들어왔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로마에서 머무는 동안 먹을 아침거리로 빵과 과일을 고른 후 다른 코너를 구경했다. 냉장 쇼케이스 간편식인 라자냐와 리조또 등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해 있었다.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어제만큼의 피곤함을 감지한 우리는 저녁거리로 HMR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한국에서도 하지 못했던 매일의 끼니를 집에서 함께 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이렇게 자주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간단한 아침이나 자기 전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 한 잔 정도가 전부일 줄 알았다. 하지만 매일 식당을 고르는 일도 쉽지 않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J와 함께 장을 보고 식사 준비를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 더 즐거웠다. 새로운 환경이지만 익숙한 두 사람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우리는 더없이 웃고 떠들고 먹고 마셨다.
매일의 평범함
떠나고서야 비로소 매일의 평범함이 얼마나 특별한 것이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함께 먹는 것, 함께 운동하는 것, 함께 자는 것, 함께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 그런 사소한 것들이 진정한 행복이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우리는 또다시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래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J와 더 자주 식사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마주 앉아 함께 밥을 먹는 이 평범함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