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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종만 Oct 22. 2020

아름다움을 넘어선 감동의 바다

동양의 나폴리, 통영

  단순히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통영반도 남단과 미륵도 사이를 흐르는 통영운하, 산양․욕지․한산․사량 등 4개 권역에 걸쳐 점점이 늘어선 수많은 섬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조국을 열두 척의 목선으로 구해낸 충무공의 숱한 유적들…. 이렇게 역사와 풍광이 음악처럼 굽이치는 통영, 아름다움을 넘어선 감동의 항구일 수밖에 없다.


한번 찾은 이들은 결코 잊지 못하다

  수려한 풍광으로 인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은 우연히 들른 이들의 발걸음을 놓아주지 않고, 한번 찾은 여행객은 언젠가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항구로 유명하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일제 강점기에 뚫었다는 통영운하가 압권인데, 운하 위 미륵도와 연결된 충무교에서 조망되는 통영시 전경이 참으로 장관이다. 

  크고 작은 배들이 들고나는 운하 아래엔 동양 최초로 건설한 해저터널이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차량 운행은 통제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왕래한다. 터널 중간에 공사 과정을 설명해 놓은 사진 패널이 걸려 있어 터널공사 과정을 음미해볼 수 있다. 

  이렇게 다리와 뱃길, 해저터널 등 3중으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미륵도는 가히 통영관광 1번지다. 섬을 감싸 도는 산양 일주도로를 달려보면 안다. 오르막 내리막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일주도로 옆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 구비 돌아설 때마다 나타나는 비췻빛 바다와 아련히 떠 있는 섬들, 아담한 갯마을과 정겨운 포구, 눈이 부시다 못해 눈물이 난다. 한번 찾은 이들의 발길이 틈날 때마다 통영으로 향하게 되는 까닭이다.


멋진 풍광 아래 호국정신이 살아 숨 쉬다

  미륵도 어디에서나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지만,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광이 그중 최고다. 관광엽서에 실린 한려수도 풍광도 바로 여기서 촬영했다고 한다. 해발 461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통영시 전체는 물론 인근 거제도와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 정상까지 관광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어 올라가기도 어렵지 않다.

  미륵도 구경을 마친 후에는 숨은 그림을 찾듯 역사의 숨결을 따라가 볼 일이다. 지명 자체가 조선시대 수군을 이끌던 수군 통제영에서 비롯된 통영에는 유독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이 많다. 안타까운 건 온전히 남은 유적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세월과 무관심이 기둥을 슬게 하고 서까래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세병관이 그나마 원형에 가깝다. 여수 진남관, 경복궁 경회루와 함께 조선에서 가장 바닥 면적이 넓은 목조건물이었다는 세병관의 세병(洗兵)은 은하수를 끌어와 갑옷과 병기를 닦는다는 뜻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으면 수군 총사령부 이름을 이토록 평화로운 것으로 지었을까?


정겨운 벽화마을이 고향인 듯 반기다

  세병관에서 가까운 곳에 선조의 명에 따라 1606년에 세운 충렬사가 있다. 통영 충렬사는 임진왜란 때 순절한 동래부사 송상현 등을 모신 부산 충렬사와는 다른 곳으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시내에서 가까운 곳이고 바로 옆에 넓은 무료주차장도 운영하고 있으니, 통영을 찾은 이들은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보물 440호인 팔사품이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의 역사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충렬사에서 충무공을 그리워하다가 언덕을 조금 내려서면 푸른빛에 눈이 부신 충무 앞바다다. 항구 한쪽에 거북선과 판옥선을 재현해놓은 목선이 떠있다. 누구에게나 개방해 놓은 곳이기 때문에 편하게 둘러봐도 된다.  

  거북선이 떠있는 항구 뒤쪽은 통영의 대표적인 어시장인 중앙시장이다. 싱싱한 횟감이며 해산물을 값싸게 즐길 수 있다. 여기서 동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벽화로 유명한 동피랑 마을이 나타나는데, 알록달록 골목길이 고향인 듯 정겹다. 본래 통제영 동포루가 있던 곳으로 충무공과 인연이 있는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벽화를 찾는 발길로 더욱 붐비고 있다.


여행 Tip

  대전에서 통영까지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통영 IC를 빠져나오면 바로 통영시내다. 횟집과 식당이 즐비한 통영운하 인근에 해저터널이 있고 그 위로 미륵도를 이어주는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연결되어 있다. 동피랑 마을은 항구 중앙에 위치한 중앙시장 동쪽 언덕 위에 있다.

여행 문의: 통영시 관광안내소(055-650-5376), 통영시 문화관광과(055-64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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