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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종만 Oct 20. 2020

성큼 뭍으로 다가선 섬들의 고향

천사의 섬, 신안을 거닐다

  무려 1,004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하여 천사의 섬이라 불리는 신안이 성큼 육지로 다가서고 있다. 2008년 5월 압해대교 준공으로 목포와 연결되더니 2010년 3월에는 증도대교 개통으로 대표적인 슬로시티 증도 역시 뭍으로 이어졌다. 이어 2019년 4월에는 다시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개통되면서 이미 이어져 있던 자은도와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까지 모두 육지에 연결되었다.


섬과 육지를 잇는 천사대교 개통 

  2019년 4월 4일 신안의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길이 7.22㎞의 천사대교가 개통되었다. 육지부 접속도로를 포함한 전체 길이 10.8㎞로 인천대교,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긴 해상교량이다. 

  신안은 유인도 91개, 무인도 789개 등 총 88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었으나 신안군이 새로 찾아낸 크고 작은 섬을 더해 1,004개의 섬이 되었고, 이후 천사의 섬으로 불리게 되었다. 새로 개통한 교량의 이름이 당초 새천년대교에서 천사대교로 바뀐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신안군의 아름다운 섬들이 육지에 한발자국 가까워지게 되었으며,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신안군이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실제로 2019년 설 명절 연휴 기간에 임시로 천사대교를 개통하자 차량 8만 2,000대가 천사대교를 찾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후에도 주말이면 차량행렬이 이어지며 조용한 섬들의 고향을 유명 관광지로 바꿔놓고 있다. 


  이렇게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교량 건설은 지역의 산업경제와 이미지까지 바꿔놓는다. 한 걸음 앞서서 뭍으로 연결된 압해도와 증도의 경우가 그랬다. 2008년 5월 개통한 압해대교는 천일염과 김, 양파, 마늘, 무화과로 유명하던 조용한 섬마을을 관광명소로 바꿔놓았다. 목포에 있던 신안군청이 압해도로 옮겨간 것도, 면에서 읍으로 승격된 것도 모두 압해대교 덕분이었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유명한 증도 역시 증도대교가 아니었다면 2012년에 이어 2015년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2위에 연속해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수생생물이 서식하는 광활한 갯벌과 국내 최대 규모의 태평염전, 갯벌생태 전시관 등을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발길도 지금처럼 활발하진 않았을 것이다.

  교량 건설로 육지에 성큼 다가선 신안군의 관광 1번지는 목포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압해도다. 신안군청 소재지라서가 아니다. 7개 유인도와 71개의 무인도 등 총 78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압해도 스스로 보유한 관광명소가 많고 볼거리며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한꺼번에 뭍으로 연결된 암태도며 자은도, 팔금도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평범한 농촌이 관광 일번지로 

  압해도 여행은 송공산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압해읍사무소를 지난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가면 송공항으로 이어지는데, 항구 못 미처 송공산이 불쑥 솟아 있다. 높이 230m로 낮은 산이지만 1시간 20분에서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정상에는 백제 때 축조된 산성이 남아 있어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책 삼아 돌아보는 것도 좋다. 


  송공산 남쪽에는 압해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 '천사섬 분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분재원, 야생화원, 초화원, 미니 수목원, 생태연못, 유리온실 등으로 꾸며져 있는데, 해송, 주목, 철쭉 등 250여 점의 분재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이밖에 동서리 도창 마을에는 송장수 지팡이라 불리는 선돌이나 고이리에 있는 왕산성지, 가룡리 소재 신안 전통사찰 제50호 금산사도 들러볼 만하다.

  압해도는 개펄과 물골이 많아서 갯것이 흔하며, 낚시가 잘 되는 곳이 많다. 복룡리 앞바다는 물때에 따라 농어, 숭어 등이 지나가는 길목이라 낚시가 잘 되는데, 기름진 개펄 덕분인지 다른 곳에서 잡히는 고기와 전혀 다른 맛이 난다고 한다. 황토와 기후조건의 조화로 들판에서 나는 배, 포도, 단감, 수박 등은 당도가 매우 높고 맛이 탁월하여 수출도 하고 있다.


 물산이 풍부한 압해도에서 늠름한 위용으로 여행객을 압도하는 천사대교를 건너면 제일 먼저 일제강점기 항일 농민운동의 발원지 암태도 오도선착장이 반긴다. 주차장이며 편의시설 구축이 한창인 오도선착장에는 천사대교의 멋진 자태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주말이면 관광객들과 이들을 상대로 먹거리와 특산품을 판매하는 노점상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암태도는 이곳 말고는 별다른 관광명소가 없다.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소작쟁의이자, 한국 농민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암태도 소작쟁의가 일어난 현장답게 평범한 농촌 풍경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그래도 천사대교의 위용을 감상한 후 자은도 가는 길에 있는 에로스박물관이나 썰물 때 수곡리와 추포도 사이를 연결해주던 노두(징검다리)는 한 번 들러 볼만 하다. 

  암태면 남단에 남강 선착장이 있는데, 암태도와 팔금도를 잇는 중앙대교 개통 후 한 동안 폐쇄되었다가 천사대교 개통을 계기로 여객선 및 버스 터미널로 되살아났다고 한다. 서울과 광주에서 이곳을 오가는 고속버스 종점이자 시점인 남강은 일출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여름을 유혹하는 섬과 바다

  중앙대교를 건너면 바로 나타나는 팔금도 채일봉(차일봉 159m)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바다 풍광이 그림 같다. 자전거도로가 전망대 바로 아래까지 나있어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자동차 통행은 불가하다. 이밖에 이목우실과 금당산 아래 팔금삼층석탑도 볼거리다. 

  팔금도에서 신안 제1교를 건너면 김환기 화백의 고택이 보존되어 있는 안좌도다. 정갈한 고택을 둘러본 후 반드시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가 있다. 섬 속의 섬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목교로, 보라색 꽃과 농작물이 풍성해 퍼플교라 명명했다고 한다. 걸어서 육지를 건너는 것이 소망이었던 김매금 할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퍼플교를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박지도와 반월도를 돌아보는 코스가 환상적이다. 

  이곳에서 자라대교를 건너 자라도까지 둘러본 후에는 다시 방향을 틀어 자은도로 향해야 한다. 자은도를 빼고 신안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은도야말로 신안 관광의 최고 명소들을 품고 있다. 갯벌이 발달한 다른 섬들과는 달리 자은도 백길 해수욕장은 광활한 백사장이 압권이다. 자전거를 타도 될 만큼 단단한 모래로 된 백사장에 서면 과연 이곳이 우리나라 맞나 싶다. 송림도 울창하고 주변에 갯바위 낚시터도 많아 가족단위 관광객들이나 캠핑객들의 천국과도 같다. 

  백길 해수욕장 북쪽에 소재한 분계 해수욕장도 깨끗한 모래사장과 해안을 따라 펼쳐진 울창한 아름드리 송림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어른 팔로 감싸기 어려울 정도로 굵은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시원한 그늘 아래 여름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 소나무들은 조선시대부터 방풍림으로 심은 여인송이라 하는데,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준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젊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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