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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종만 Oct 19. 2020

향기로운 봄을 걷다

섬 속의 섬, 제주 우도

국내 최고의 여행지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여행 명소로 알려진 섬 속의 섬 우도(牛島). 누운 소를 닮았다 하여 일찍부터 소섬으로 불렸으나 행정상으로는 연평(演坪)이 공식 명칭이었다. 1986년 북제주군 우도면으로 승격된 우도는 여의도의 3배쯤 되는 넓이에 1,800여 명이 살지만 하루 방문객 수는 주민의 두 배가 넘는 4,000여 명에 이른다. 


눈이 부신 해안 풍경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Lee Frost)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우리 삶에는 두 갈래 길이 있어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고 노래했지만 적어도 우도에서는 가지 못한 길 때문에 후회할 일은 없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우도 제주 올레 1-1코스가 11.3km에 불과해 걸어서도 3시간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섬이지만 볼거리, 즐길 거리는 여느 관광지 못지않게 풍성하다.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들었을 만큼 볼거리가 다양한 섬이지만, 그중에서도 올레길 따라 펼쳐지는 눈부신 해안 풍광이 압권이다.

  시선이 머무는 해안 풍경 모두가 절경이지만 성산포항에서 15분이면 도착하는 천진항에서 북쪽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만나는 서빈백사(西濱白沙)가 천하제일 경이다. 서쪽의 흰 모래톱이라는 이름처럼 희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백사장은 국내 유일의 산호모래로 유명한데, 이곳 모래는 섬 밖으로의 반출이 아예 금지되어 있다. 

  서빈백사와는 반대로 검은 모래로 이뤄진 우도봉 아래 협곡 속에 위치한 검멀레 해수욕장도 시선을 잡아끈다. 이 모래로 찜질을 하면 성인병에 좋다고 하여 여름이면 온 몸을 모래 속에 파묻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빛이 서빈백사만큼 아름답고, 바닷가에서 우뭇가사리를 뜯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는 비양도 해변과 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수동 해수욕장도 인기다. 수동 해수욕장은 모래가 좋고 수심이 얕아 특히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물놀이하기에도 좋다. 


풍성한 볼거리 즐길 거리

  우도의 매력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해변 풍광에 그치지 않는다. 토질이 비옥해 마늘, 양파, 땅콩 등 농산물 수익이 수산물 소득을 앞서는 우도 평원의 노란 유채꽃밭과 초록빛 보리밭이 빚어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 다름없다. 기온이 높은 제주에서는 2월에도 꽃을 피우는 유채지만 봄꽃답게 4, 5월이 제철이라 이맘때 가면 우도 전체가 노랗게 보일 정도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나서 옷을 갈아입고 몸을 녹이려고 쌓아 놓은 불담, 밭과 밭을 서로 가른 돌담, 묘소 주변에는 말이나 소가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산담, 동네 초가집들을 둘러싼 울담, 밧줄로 얽혀서 기하학적으로 쌓은 돌담도 볼거리다. 그렇게 쌓은 돌담이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지, 이곳 주민들은 조금 과장해 우도 만리장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도 남쪽에 솟구친 우도봉(132.5m)은 영화 ‘화엄경’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인데 푸른 초원과 가슴을 틔워주는 조망이 끝내준다. 해안절벽 위에 서면 성산일출봉이 지척이고 다랑쉬오름과 용눈이오름 뒤편으로 장쾌하게 펼쳐진 크고 작은 오름들과 한라산이 손에 닿을 듯 다가선다. 

  우도는 볼거리만 풍성한 섬도 아니다. 해안과 돌담길 사이로 이어지는 올레 코스를 트래킹을 즐기는 것도 좋고 자전거와 스쿠터를 이용해 섬을 일주하는 것도 즐겁다. 눈부신 바다에서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카약을 타거나 청정한 바닷속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어종이 풍부한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거나 가족이나 연인끼리 캠핑을 즐기는 것도 좋다. 아니 그냥 쉬었다만 가도 충분히 봄과 낭만과 삶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것이 제주여행 1번지 우도의 진짜 매력이다.


여행 Tip

  제주 국제공항에서 111번 버스를 타면 우도의 관문 격인 성산포항에 닿는다. 오전 7시(5~9월)부터 30분 간격으로 우도행 도항선이 출발한다. 올레 코스를 따라 걷는 것도 좋지만 교통약자의 경우 순환버스를 타거나 자전거, 스쿠터를 대여해 돌아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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