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별을 보며 꾸는 꿈
<닮지 않았지만, 왠지 나 같네> 예술가의 초상 시리즈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싶은 작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극심한 나의 편애를 조금은 감추고 싶었고, 그렇게 슬쩍 두 번째로 미뤄두었다.
사실, 반 고흐를 좋아한다는 것은 너무 평범하다.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보통 반 고흐라고 불리는 인상주의 화가. 그림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반 고흐라는 이름, 그도 아니라면 그 유명한 그림 중에 하나쯤은 기억할 것이다. 혹여 그림까지 기억은 못해도 자신의 귀를 자른 화가라는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한다. 친절하게도 빈센트는 그 사건이 있은 후,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까지 남겨놨다. 나는 인상주의의 거장을 좀 더 가깝게 여기고 싶은 마음에 멋대로 빈센트 Vincent라고 불러본다.
많이 알고 있듯이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생전에 그림은 딱 한 점만 팔렸다고 한다. 그는 불우하게 살다 결국 가난한 이방인 화가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가슴에 총을 맞아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 마지막 순간도 자살인지, 타살인지 불분명하다고 한다.
빈센트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역시 평범하다.
어린 시절 우연히 본 해바라기 그림에 매료되었다.
해바라기 꽃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과 연결된 이유인지, 거친 붓 자국 사이로 켜켜이 쌓여 올려진 노란빛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결처럼 휘몰아치는 듯한 선이 만들어낸 그림.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빈센트의 이야기가 담긴 이런저런 책을 읽었다.
특히 그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글은 그를 더 잘 알 수 있게 해 줬다.
글과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장소, 그가 머물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아를이 궁금했다.
파리를 떠나서 태양을 쫓아 그가 간 남프랑스의 그곳, 아를.
나는 빈센트를 쫓아 아를에 갔다.
작고 조용한 그 마을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일주일 동안 특별히 할 것도 많지 않은 그 동네에서,
빈센트가 그림으로 남긴 곳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당시의 모습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을과 거리는 많이 변했지만,
그가 이 길을 걸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덜컹거렸다.
당시 그림은 나에게 취미일 뿐이었는데, 나도 빈센트처럼 자연 속에서, 길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졌다. 한 장, 두 장... 여행이 끝날 무렵 드로잉북 한 권을 꽉 채울 수 있었다. 나의 처음으로 다 채운 드로잉북이었다.
I don't know anything with certainty but seeing the stars makes me dream.
- Vincent van Gogh-
빈센트와 테오, 두 사람이 나란히 묻혀 있는 오베르의 무덤 앞에 섰을 때
나는 빈센트가 불행한 삶을 살다만 간 비운의 화가는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이미 늦은 게 아닌가 걱정했지만, 그래도 도전했다.
그리는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 함께 하기도 했지만, 또 다른 길을 걷기도 했다.
그리면서 매번 실패를 경험했고 좌절도 했지만, 계속 다시 그림을 그렸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는 동생 테오가 있었다.
화려하고 과감한 터치로 기억되는 그림 뒤에 진짜 그가 보이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실패 혹은 성공과는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걷는 삶을 살았다. 그저 행복의 순간과 불행의 순간은 교차될 뿐이었다.
빈센트의 삶도 오늘의 우리와 참 많이 닮았다.
"나는 확실하게 아는 것은 없지만, 저 별을 보면서 꿈을 꾼다."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많은 작품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빈센트 그림 중에서 어떤 작품을 이번 빈센트의 초상화의 배경에 포함해야 할지 고민했다. 특히 빈센트가 그린 많은 초상화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 위해서 고심하다 결국 테오의 초상화로 결정했다.
<Portrait of Theo van Gogh, 1887>
<Self-Portrait with a Straw Hat, 1887>
<Vase with Twelve Sunflowers, 1888>
<Starry Night, 1889>
<Wheat Field with Crows, 1890>
그림 그리는 과정은 유튜브에 편집되어서 업로드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모바일 배경화면을 준비했어요. :)
빈센트를 사랑하는 모든 분과 나눌께요.
더드로잉 핸드 The Drawing Hand
그림 그리는 삶.
현재 스페인에서 느릿느릿, 다시 고민 중.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jejeviva
유튜브 : http://youtube.com/thedrawingh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