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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Drawing Hand May 07. 2021

006 어떻게 지내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이 말 하나를 카톡에 쓰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이젠 학교 친구나 직장 동료도 아니다. 함께 참여했던 프로젝트 혹은 모임은 이미 끝난 지 오래다. 더 이상 같은 동네에 살지 않는다. 반가운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기에는 일상에서 더 이상 시간과 공간의 공유점을 찾기 힘든 우리다. 그렇지만 상대의 소식이 궁금하고, 그 사람이 보고 싶다. 먼저 연락을 해야 하는데 그게 좀 어렵다. 내 앞에 놓인 스마트폰. 요즘은 연락처도 자동으로 백업이 가능하니 핸드폰을 바꿨다고 일일이 연락처를 옮길 필요도 없다. 평생 그립지 않을 번호와 함께 문득 궁금해진 그 사람의 연락처도 여전히 갖고 있다. 일반 전화와 문자 메시지도 이미 구식처럼 느껴진다. 업무용 연락이라면 당연히 이메일을 쓰겠지만 이건 좀 다른 성격의 연락이다. 내가 할 말은 많지 않지만 그 사람의 안부를 묻고 싶을 때는 메신저를 쓴다. 당신이 내게 메시지를 받았다면 문득 당신이 생각났다는 고백. 나는 카톡, 와츠앱 두 가지 메신저 앱을 주로 사용한다. 게다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메신저 기능까지 고려하면 연락 방법은 계속 증가한다. 연락을 해야지라고 마음만 먹으면 1,2 초이내에 안부 인사를 건넬 수 있다. 그런데 왜 그게 어려울까?


오랜만에 카톡 대화방 리스트에서 스크롤을 해서 한참 아래로 내려갔다. 단체 대화방보다는 일대일 대화방을 주로 살폈다. 궁금한 이름들이 보인다. 우리가 나눈 마지막 대화가 언제였는지는 카톡 마지막 대화 날짜로 미루어 짐작한다. 서로 얼굴을 본 지는 모두 최소한 1년 반은 넘었다. 내가 스페인에서 지낸 시간과 같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나던 장면을 기억하려고 애쓰며 혹은 카톡 대화창에 남은 지난 대화를 살핀다. 요즘 이 사람은 어떻게 지낼까? 시선이 머무는 이름,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


뭐라고 쓸까?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이면 충분한데,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와 심지어 스페인어로도 아는 그 쉬운 말이 어렵다. 뜬금없는 내 연락에 당황하려나? 또 다른 생각이 내 손가락을 붙잡는다. 원래 이런 연락을 할 사이는 아닌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르지. 단체 대화방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 방에 사람이 많을수록 확률이 높다. 나의 첫 말에 반응을 보여줄 확률, 누군가는 나처럼 내가 우리가 궁금했을 확률이 높다. 내게는 대학교 동기들 단체방이 그렇다. 역시 어려운 것은 일대일. 친구라면 좀 쉽지만 오랜만이라면 친구라도 어렵다. 친구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주저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특별히 말하는 걸 즐긴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화가 그립다. 불쑥, 문득, 갑자기 내게 빼꼼 고개를 내민 사람들과의 대화를 기억한다. 대화는 나누는 것. 타인은 내게 생각을 나눠주고 나는 또 나의 생각을 나눈다. 그렇게 나눠진 생각의 조각은 우리 집까지 나를 따라온다. 대화는 끝났지만 여운이 남는다. 좋은 대화는 공백이 있다. 서로의 말로만 꽉 채우지 않는다. 공감하는 순간, 깨닫는 순간, 다시 질문이 생기는 순간들이 오가는 말 사이에 놓여 있다. 그 순간은 말과 글로 옮겨서 전달되긴 어렵지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여백이다.


아, 나는 정말 좋은 대화가 그립다. 다시 핸드폰을 잡고 가장 쉽고도 어려운 그 말을 쓴다.


- 어떻게 지내세요?



더드로잉핸드 The Drawing Hand

그림 그리는 삶.

현재 스페인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중.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thedrawinghand.viva

유튜브 : http://youtube.com/thedrawing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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