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여행 말고 자존감 여행 #10 [오대산 월정사 -강원도 평창군
이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것이 새로 생겨나고 그만큼 사라지는 것도 많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어 가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때때로 쫓기듯 살아가거나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모르고 그저 달리기만 하듯 살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자신의 행복을 찾고 싶어 하고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회적인 트렌드를 봐도 '나'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그렇다. 가장 소우주인 각자의 '나'가 행복하지 않고서 어찌 더 큰 행복을 바랄 수 있을까? 희생되는 행복이 아닌 찾아내어 살아가는 진정한 삶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랫동안 결과에 맞추어진 성장을 위한 삶을 살아오다 보니 모든 사회의 시스템은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삶을 이야기할 때도 결과적으로 그 사람이 이루어 낸 무엇인가의 결과가 삶의 성공의 척도가 되어버린 듯하다. 아주 오랫동안 '나'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자신을 돌봐야 하고, 어떻게 자신에게 다가서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
우리의 목표가 결과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면 당연히 결과에 대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진정한 '나'로 살기를 바란다면 '나'에게 시간을 집중하면 된다.
다섯 개의 봉우리가 연꽃잎에 둘러싸인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 오대산. 그래서인지 그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월정사는 포근하고 따듯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그냥 차분하게 '나'를 느끼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은 곳이다.
쭈욱 뻗은 전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면 숲 속에서 자연의 선물을 담뿍 느낄 수 있다.
월정사를 향해서 쭈욱 뻗은 전나무 숲길을 걸을 때, 중간중간 마음을 울리는 글귀들을 만난다.
이번 가을 '나'를 만나는 여행을 하면서는 이 글귀들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그대로 따라가 보았다.
걸어가는 동안, 그 순간들을 만나는 일.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의 땅이 느껴진다. 땅을 딛고 발을 옮기는 나를 발견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나와 함께 걷는다.
걸음에 집중해 본 적이 있을까? 문득 만난 글귀에 순간 생각이 멈춘다. 어디론가 무엇을 위해서 걷고, 뛰고 했던 일만 가득 생각이 난다.
무엇을 위함도 무엇을 바람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걷고 있는 자연 속의 나를 만난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고요한 세상을 만나는 듯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내 마음도 깊어간다. 몇 년 전부터 계획하고 틈틈이 해 온 '나'를 위한 여행들이지만, 이번 가을에 했던 여행들은 유독 더 아름답다. 그래서 이 가을이 예쁘기만 하다.
누가 가을을 쓸쓸하고 외롭다고 했던가? 본래의 색을 마음껏 드러내면서 자신을 뽐내는 자연의 모습도 정말 예쁘다. 곧 떨구어 낼 잎들이지만 이른 봄부터 가장 뜨겁게 살았을 여름을 보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가을이 정말 솔직한 계절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예쁘다 가을, 참 예쁘다.
쭉 뻗은 전나무 숲길을 되돌아 나가는 길을 걸으면서도 여전히 나의 발걸음에, 나의 호흡에 그리고 나의 시선에 머무는 것들과 함께 한다.
떨구어진 가을의 흔적을 바라보는 일.
예쁘다. 가을 참 예쁘다.
이렇게 걷고 있는 나도 예쁘다. 문득 가을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인지도 모를 것들로 불안해하면서 연연해하면서 삶의 지금을 통과하듯 지나쳐 사는 것이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나'를 위하여 지금 을 오롯이 느끼며 살아가는 일.
미래 없는 지금을 살아버리듯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내가 가꾸어 가는 삶의 조각들이 미래를 꿈꾸게 하고 그 꿈들이 현재를 살 수 있는 힘이 되는 삶을 말이다.
떨어진 단풍잎이 이렇게 아름다운 이유는 단풍나무에게는 다시 초록의 새싹으로 움틀 봄을 기다리며 지난봄과 여름을 살았고, 마침내 본래의 색을 아름다운 가을로 마음껏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일. 우리가 정말 귀하지만 하지 못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살아있는 존재로써의 소중한 '나'를 바라보고 싶은 날에 떠난 곳에서 우리는 그렇게 기적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