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여행 말고 자존감 여행 #3 [두물머리 - 경기도 양평]
우리는 서로 다르다. 교육을 하면서 본 아이들이 그랬고, 상담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도 그랬다. 생김새며 처한 환경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이 서로 다른 우리가 만들어 내는 삶의 이야기들. 단지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 속에서,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앓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남녀의 관계, 요즘처럼 자녀가 많지 않은 시대에 부모와 자식의 관계, 직장에서 조직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을 마음일 때가 있다. 가까운 사람이기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여행을 해 볼까 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났으니 이해와 존중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래, 달라서 그래.'라고 쉽게 넘기기란 어렵다. 그래서 관계 대처법에 대한 책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삶이란 모든 관계 속에서 이어져 나가는 것이기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심리서적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눈으로 가슴으로 새기면 좋을 곳이 두물머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양평의 두물머리는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지금까지 여러 번 다녀왔었다. 그런데 그동안 진짜 두물머리를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몇백 년을 지키고 서 있는 느티나무를 시작으로 왼편 연꽃밭 방향으로만 산책을 했던 것이다.
아주 소중한 깨달음을 간직하고 있는 두물머리에서, 그냥 나들이 삼아 맛있는 간식을 먹은 기억과 유명하다는 곳의 사진을 찍어 남기기만 했다는 것이 새삼 미안해졌다.
두물머리 느티나무에서 오른쪽으로 걷다 보면 사진 찍는 장소로 유명한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나온다.
소원 나무를 지나 오른쪽으로 남한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다 보면 싱그러운 풀과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날씨 좋은 날에 주변 풍경을 둘러보다 보면 금방 두물경에 도착한다.
두물경은 한강 유역의 지역 명소와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선정한 한강 8경 중 한강 1 경이다. 두물경 표지석을 뒤로하고 좀 더 앞으로 가니, 두물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두물머리를 만났다. 두 물길이 만난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합쳐지는 곳. 발원지가 다른 두 개의 물이 서로 다른 풍경을 거쳐 한 곳에서 만난다.
이곳까지 흘러 오는 동안 두 물길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을 것이다. 보는 풍경도 만난 물들도 달랐을 것이다. 그렇게 이곳까지 흘러왔을 것이다.
그리고 운명처럼 이곳에서 하나로 합쳐져 한강이 되어 흘러간다.
한강은 북한강의 이야기와 남한강의 이야기를 품고 흘러간다. 물길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고, 두 물길의 이야기를 품은 채 한강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품을 준비를 하며 흘러간다.
고개를 돌려 내가 걸어온 곳의 반대편을 보니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 내가 걸어온 곳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남한강의 물길은 북한강을 알리 없다. 또한 북한강의 물길은 남한강을 알리 없다. 둘이 서로 만나 흐르는 지점에서 아무리 서로 흘러 온 물길의 방식대로 이야기해 봤자 알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의 물길 속으로만 들어와 주기를 강요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서로의 물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너머에 그것을 모두 품는 커다란 하나의 물길이 되어야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흐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로 다른 '나'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두 물길이 합쳐지는 곳에서부터 지혜로움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길을 흘러 온 두 물길을 눈에 담고 나서야 함께 흘러갈 큰 물길의 깨달음이 마음으로 보인다.
함께 살아가면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두물머리에서 많이 보았던 연꽃의 삶에서 그 방법을 생각해 본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란다. 하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 예쁜 꽃을 피워낸다. 우리의 삶을 진흙탕에 비유할 수는 없지만,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하는 많은 것들에는 비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진흙탕 속에서도 결국 그것들에 물들지 않은 꽃을 피워내는 연처럼 서로 다른 '나'가 피워내는 이야기가 그랬으면 한다.
또한, 연꽃의 줄기는 바람이나 충격에 잘 부러지거나 꺾이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서 부러지거나 꺾여서 상처입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함께 흘러갈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연이 피워내는 꽃은 또 어떠한가? 둥글고 한없이 푸근하고 평화로운 연꽃의 모습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그렇게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둘러싸고 있는 연꽃잎을 보면 그저 넉넉하게 한없이 따스하게 품어줄 것만 같다. 보기만 해도 좋아지는 사람이라면 서로 다른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어쩌면 우리가 넉넉하게 품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관계의 열쇠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내가 만나서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들어주어야 할 이야기도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도 많다.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넉넉하게 품어주어야 할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연꽃처럼 넉넉하게 품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