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두 마리의 생쥐와 두 명의 꼬마 인간은 미로 속에서 가장 맛있는 치즈를 위해서 미로를 헤매고 다닙니다.
우리는 그 책을 보는 순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미로를 닮은 것도, 우리가 치즈 같은 무엇인가를 찾아 미로 속을 다닌다는 것을 말입니다.
삶이 잘 닦여진 길처럼 평탄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삶을 살아본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삶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도, 쭉 뻗은 길처럼 아무 일 없이 계속해서 나갈 수도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살다 보니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맞다고 생각해서 들어선 길이 잘못 들어선 길이기도 했고 양쪽으로 난 갈래길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계속해서 길을 찾아 나가야 하는 삶을 살다 보니, 길을 잃었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었답니다.
문득 즐겁게 길을 잃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나'를 위한 멋진 선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게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 '길을 잃는 즐거움'을 위한 장소가 태어납니다.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
#1 원주 '미로 예술 중앙시장'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중앙시장 6길 중앙시장 2층
<미로 예술시장 입구에 설치된 간판>
<미로 예술시장의 어느 골목길>
미로 예술 중앙시장의 1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재래시장의 모습입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미로 예술시장이 시작됩니다. 미로 예술시장은 시장 4개의 길게 뻗은 골목들이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랍니다.
3년 전 이 시장에 처음 왔을 때, 정말 미로처럼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지 궁금해서 시장 안내도 없이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이 안에서 새로운 길이라 확신한 길이 지나온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과 나는 정말 미로가 맞다면서 즐겁게 웃었습니다. 이번에도 지도 없이 미로 시장 곳곳을 다녀 보기로 합니다.
미로 예술 시장의 매력은 미로라는 답답하고 두려운 이미지의 공간을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왔던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살면서 우리 의지대로만 되지 않는 경험들 앞에 두려워하며 혹은 겁 내면서 주저앉아 있는 것이 답은 아닐 테니까요.
'마음이 기억할 수 있는 즐거운 기억'으로 삶을 선택해 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변화와 기회는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 오는 것이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른으로 살아보니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미로 예술시장 상점들>
미로 시장의 골목을 따라 기분 좋아지는 작품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 봅니다.
삶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지금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 하면 됩니다.
어차피 생(生)과 사(死)라는 입구와 출구만 같고, 각자의 미로를 여행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몫일 테니까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미로 예술시장 상점들>
걷다 보면 여기가 미로 한가운데라는 것을 잊게 됩니다.
미로는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를 구속하는 곳이 되기도 하고 나를 즐겁게 하는 곳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층에서 내려다본 중앙 시장>
그렇게 미로 시장을 걷다가 낯설지 않은 곳이 보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여긴 아까 왔던 곳인데...'
3년이 흘렀어도 또다시 기분 좋게 길을 잃고 맙니다.
3년 전 아이들과 왔을 때는 일부러라도 길을 잃고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억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길을 잃을 수 있었습니다. 살면서 자연스레 만나는 장벽 앞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도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엄마의 속마음이었다고 할까요?
아이들은 여러 번 길을 잃고도 즐거워했고, 길은 다시 찾아가는 것이라는 진리에 가까운 결론을 스스로 외치며 미로를 누볐습니다.
20대 중반에 교육사업을 했습니다.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던 내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지요. 패기 넘치게 시작했고 보기 좋게 실패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실패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함께 손을 잡았던 사람들 탓도 해 보았고, 몰라주는 세상이 답답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힘든 마음일수록 일도 마음도 꼬여만 갔습니다. 털고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 방법을 알 길이 없었을 때였으니까요.
저는 닥치는 대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공 못 한 교육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하고 있던 대학원 공부도 그만두고 모든 것을 '0'으로 만들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방향을 잃고 방황을 하게 될 때 성공이냐 실패냐의 문제가 아닌 또 다른 가능성으로 가는 즐거움이자 기회라고 자신에게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다시 20대의 나를 만날 수만 있다면, 사업의 성공과 실패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또 다른 길의 시작이라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의 미로가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길을 잃는 즐거움'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조금 늦더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의 삶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삶의 목표와 방향일 테니까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미로 예술시장 상점들>
아이들에게 몇 년 전 다녀온 미로 예술 시장의 기억을 물으니 여전히 너무 즐거운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살면서 미로 속 같은 상황을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사춘기의 큰 아이가 대답합니다.
"엄마, 미로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경험이야."
그랬습니다. 지나고 보니 의미 없는 경험은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의미는 '나'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아는가의 문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