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며' 살아간다는 것

-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 #2 [서산 마애 삼존여래상 - 충남 서산시]

by 이주현

어린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 묻지 않은 순순한 웃음에 한없이 행복합니다. 밝게 웃는 얼굴을 보고 싫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렇다면 어린 시절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살면 되는 게 아닐까요?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아이처럼 해맑게 웃을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일들의 연속에, 맑았다가 흐렸다가 비 오다가 쨍하고 개는 요란한 날씨의 하늘처럼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의 일입니다. 친구가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추천을 하며 써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하지만 링컨은 그 사람의 인상이 좋지 않다는 이루로 단번에 거절을 하지요.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이 일화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만만치 않은 일상에서 얼굴에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합니다.


결국 사람의 얼굴에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이었습니다. 얼굴에 책임을 지며 살아갈 우리들을 도와줄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가 태어납니다.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


#2 충남 서산 '서산 용혈리 마애 여래 삼존상'


- 충남 서산시 운산면 마애삼존불 길 65-13


<지난가을 찾아갔었습니다>

'백제의 미소'로 유명하게 알려진 이곳은 3년 전 아이들과 시작한 인문학 여행지에 들어 있던 곳입니다.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 큰 딸이 초등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의 일입니다. 마침 외부의 일이 없는 날이어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1학년 꼬마 숙녀를 마중 나갔었습니다.

무리 지어 나오는 아이들 틈에서 딸이 보입니다. 엄마를 발견하고 뛰어 오는 아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합니다.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지는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아이를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약속했습니다.

'딸 얼굴에서 저 미소를 지우지 않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돌계단을 잠깐 올라가면 도착합니다>


3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주차를 하고 비교적 힘들지 않은 길을 따라 오르며 아이들과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깊이 새겨야 할 사람은 어른인 엄마였겠지요.


그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몇 년이 흘러 다시 찾은 곳에서 얼굴에 책임을 지며 산다는 것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봅니다.








<세 분의 부처님을 만납니다>

돌계단을 올라 작은 암자를 지나면 커다란 암벽에 세분의 부처님이 계십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부처님 얼굴의 미소는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가만히 부처님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나이가 들면 웃을 일이 점점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아마도 각자가 느끼는 삶의 무게 때문이겠지요. 그런 우리가 아름다운 미소를 찾아 이곳을 찾는다면 그것은 더 많이 행복해지고 싶은 바람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부처님 얼굴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나도 저란 미소를 가진 얼굴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더 가만히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내 그 미소를 따라 웃어 봅니다.


언젠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우연히 마주한 날이 있었습니다. 거울에 스치듯이 지나친 얼굴이었는데 그 얼굴의 잔상으로 다시 거울을 보게 되었던 것이지요. 스치듯 마주한 얼굴은 화난 것도 아닌데 어딘가 불편해 보였습니다. 뭔가 복잡해 보이는 얼굴에 솔직히 보기 좋으니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 아, 내가 저런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그날 내내 그 얼굴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크게 소리 내어 웃는 모습도 아름답고, 살짝 짓는 미소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상을 살아가는 내 모습이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으면 했습니다. 잔잔한 미소 안에는 일상의 평정심과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하고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돌보는 '나'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내 얼굴을 가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살아갈 얼굴인데 가꾸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이지요.




세 분 부처님의 아름다운 미소를 한참 바라보고 내려오는 길에 부처님의 미소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다시 뒤돌아 봅니다. 돌이켜 보며 내 삶을 이야기할 때 미안함이 없기를 바라면서요.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가 없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늘 '나'의 지금과 만나고, '나'의 지금을 돌보려 합니다.


그것이 어느 순간에도 가장 '나'를 위하는 길이며, '나'답게 살아가는 길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 얼굴에 책임을 지며 살아야겠습니다>


내 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을 지켜주는 일은 어쩌면 내가 내 얼굴에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아이도 스스로의 얼굴에 책임을 지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돌아오는 길, 자꾸만 생각나는 아름다운 미소에 웃어 봅니다.







삶을 살아갈 내 얼굴에 대해 생각할 곳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나'를 만나


내 얼굴에 책임을 지며 살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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