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 #3 [간월도 간월암- 충남 서산시]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고,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라는 말들을 합니다. 그래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라는 속에서 외로운 날도 있는 걸 보면요. '나'의 외로움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위로받기도 합니다. '나'의 외로움이 누군가로부터 전해지는 한마디로 발그레 기분 좋아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 각자의 외로움을 꺼내 토닥이며 살아가는가 봅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진짜 안녕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누군가가 내밀어 준 손을 잡을 힘도 없이 그저 한없이 까만 정적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 말이지요. 스스로 외롭기로 선택한 외로움. 그렇게 가끔 우리는 지독하게 외로운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그냥 혼자 있고 싶은 날, 살다 보면 필요하기도 한 그런 날들에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을 방법으로 외로움과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지혜롭게 외로움과 만날 수 있는 난생처음 자존감 여행지가 태어납니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내가 포함되어 살아가는 그룹들 속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지요. 하지만 가끔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이야기하지 못할 마음이 있습니다.
10대 사춘기의 나는 삶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했습니다. 공부하다가 잠깐의 틈을 내어 보는 책이 좋았고, 그 책 안에서 발견하는 삶에 대한 다양한 물음들로 며칠을 보내기도 했답니다. 답을 어렴풋이라도 얻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그 질문 속에 갇혀 힘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고민을 이야기해 보기도 했어요. 친구는 내 마음을 아낌없이 토닥여 주었지만, 무엇인가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나를 위한 답을 주지는 못했지요. 그렇게 나는 아무도 없는 외로움 섬에 도착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삶이었고, '나'를 위한 질문이었으니까요.
바닷물이 들어오면 꼼짝없이 섬으로 변하는 곳이 있답니다. 바로 충남 서산의 간월도에 딸린 작은 암자가 있는 곳 '간월암'입니다. 간월도에 도착해서 간월암을 바라봅니다.
지난밤 외딴섬으로 보냈을 간월암은 날이 밝자, 누군가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길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지난밤 외로움에 힘겨웠을 때 함께 그 외로움을 나누었을 간월암으로 향해 봅니다. 조용히 길을 드러내고 품으로 맞이하는 간월암을 향해 천천히 걷습니다. 내 마음의 외딴섬으로, 스스로 바라볼 용기를 내어 한발 한발 걸어 봅니다.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그 외로움이 싫어서 몸부림치면서 아프게 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남들은 괜찮은데 혼자서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괜찮은 척해보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 깊은 외로움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할지 몰라서 힘들었던 날들이었습니다.
섬 위의 작은 절 간월암은 정말 작고 아담합니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간월암(看月庵)'.
조용히 암자 곳곳을 둘러보는데 곱고 화려한 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 쪽으로 나 있는 울타리에 정성스레 매달린 소원 등입니다.
가만가만 소원 등에 적힌 소원들을 바라봅니다.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이 소원 등에 매달린 채 바람에 실려 가고 있었습니다.
소원 등에 무엇인가를 적을 때는 가장 깊은 곳의 소중함과 만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바람이자 기다림을 적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 사람의 삶의 의미일지도 모르는 바람입니다. 그런 소중한 마음들을 만납니다. 어린아이의 글씨부터 어른의 글씨까지, 귀여운 소원도 애절한 소원도 만나 봅니다. 내용은 다 달랐지만 바다를 향해 가장 소중한 소원을 멀리 보내고 싶은 마음은 같았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소원이 바람에 실려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나'의 마음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소원처럼 가장 깊은 곳에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는 '외로움'이 보였습니다.
가장 깊은 곳의 소중한 소원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나'의 외로움도 꺼내 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보니 외로움은 내가 '나'에게 바라봐달라고 보내는 마음이었나 봅니다. 그 마음을 누군가 먼저 보기 전에 알아달라는 신호였나 봅니다.
혼자 만나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만히 가만히 바닷바람을 보며 꺼낸 외로움을 따뜻하게 안아 줍니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토닥토닥 토닥토닥.'
작고 여린 나의 외로움을 가만히 안아 봅니다. 문득 내 안의 외로움에게도 자유롭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외로움에게 건네는 말을 소원 등에 적어 매달아 봅니다.
바람이 붑니다. 날개를 달아 준 외로움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갑니다.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자유롭게 날아갑니다. 외로움이 떠난 자리에서 '나'를 만납니다. 그렇게 내 안의 소중한 외로움을 통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살다 보면 또 의지할 곳 없이 혼자 떠 있는 섬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겠지요. 하지만 길이 드러난 곳으로 살포시 발길이 향했던 오늘처럼, 발길을 마음속의 '나'에게 돌린다면 어느새 외롭게 혼자 있는 시간들은 아픈 시간이 아닌 소중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곳에서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얻었던 깨달음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중한 내가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날,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