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7
밤 9시, 서울역.
강릉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깜깜한 밤이라 좋았던 것은 비단 낮의 밝음보다,
밤의 어둠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만은 아니였다.
어둠이 더 짙어지면 질수록 너의 얼굴이 더 선명해졌으므로.
밤 12시, 강릉바다.
바다에 가자는 나와 묻지 않고 같이 온 너,
너와 나는 그러면 안되었다.
모두 잠든 시간의 밤 바다가 그렇게 밝고 영롱할 줄은 몰랐다.
검푸른색이 그렇게 가슴 시리게 아름답고, 끝이 없을 파도소리가 그렇게 애뜻할 줄 몰랐다.
잡은 듯 닿은 듯 너의 손이 그렇게 따뜻하고 놓고 싶지 않을 줄 몰랐다.
아침 7시, 강릉역.
이제 남은 건 지워야 할, 모른척 할 기억.
우린 너무 닮고 닿아 서로를 안을 수 없었다.(아니, 결국엔 안고 말았다.)
우린 너무 "나"였고, 우린 너무 "너"였다.
다시 우린,
서로를 적당히 밀어내고 설명할 수 없는 자리로 돌아간다.
15년 후 아침 7시, 강릉 바다.
지워지지 않을 심산이였으면 흐려지기라도 했어야 하는 그날.
너와 나는 슬픈 파란색 바다에서 여전히 부서지고 있었고,
부서진 파도는 물거품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아직도 너를 생각하는 묶어두었던 내 마음이 요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