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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an 28. 2017

오프 더 디톡스,M

힘들었다, 에디터M의 처절한 디톡스 체험기

어떻게 다들 잘 먹고 지내셨는지. 일주일 사이에 살이 쫙 빠졌다가 다시 쪄서 돌아온 에디터M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것들을 리셋하고 싶어진다. 특히 내 몸. 필요 없는 것이 너무 많이 쌓여있는 내 몸을 공장초기화 해버리고 싶다. 2017년을 디에디트 다이어트 원년으로 선언하고 에디터H와 신중하게 디톡스 프로그램을 골랐다. 단지 다이어트 식품을 샀을 뿐인데, 벌써부터 날씬해지는 기분.



하지만, 결제할 때 까지만 해도 몰랐다.
디톡스가 금연보다 어렵다는 것을…



[다이어트란 뭘까…#$#*&(#*$]

쟁쟁한 디톡스 후보들이 있었지만(미처 선택되지 못한 후보들이 궁금하다면 여기로) 내 선택은 디티 클렌즈. 에디터H는 제일 비싼 걸 골랐다고 거품을 뽀글뽀글 물었다. 가격은 19만 8,000원. 자 에이치, 진정하고 일단 들어봐요. 내가 이걸 고른 이유가 있다니까.


사실 덴마크 다이어트부터 한약, 양약, 주스클렌즈까지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그런데 왜 살은 그대로일까… 갸웃) 옛날엔 살이 빠진다고 하면 양잿물도 마실 기세였지만 이젠 나도 늙었다. 생으로 굶어서 빼는 건 엄두도 안 나고(공복이 5시간 이상 지속되면 승질부터 난다), 몸을 망가뜨리는 다이어트는 하고 싶지 않더라구.


디티 클렌즈를 고른 이유는 다른 것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3일은 너무 짧고, 그렇다고 일주일은 또 너무 길다. 디티클렌즈는 적당한 기간(5일이 이렇게 길 줄은 이땐 몰랐지) 동안 클렌즈와 보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클렌즈 과정중에도 ‘에너지 리퀴드’를 통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되어있어서 몸에 무리를 덜 주면서 클렌즈를 진행할 수 있다. 사실 모든 것을 덜어낸 것 같은 미니멀한 패키지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어서라고는 차마 에디터H에게 말하지 못했다.




DAY 0. 택배왔다!

띵똥. 경쾌한 벨소리와 함께 디티 클렌즈가 도착했다. 새하얀 박스를 열면 5일 동안 먹을것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기쁘다. 내일부터 날씬해지겠지.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이렇다. 총 5일의 프로그램 중, 첫 날과 마지막 날은 하루 세 번 밸러스 파우더를 물이나 우유에 타서 먹는다. 브로콜리, 녹차, 시금치, 현미, 보리 참깨 단호박등을 넣어 만든 파우더다. 나도 알고 당신도 아는 익숙한 그 맛. 선식 맛이다. 먹으면 꽤 포만감이 있어서 이것만 먹어도 하루 동안은 견딜 수 있다.


그다음 3일 동안은 하루 일곱 번 뜨거운 물 320ml에 디티를 타서 음용한다. 마테와 결명자, 겨우살이 그리고 천연 과일에서 추출하고 내장 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가르니시나 캄포지아가 들었단다. 솔직히 맛은 그냥 우리 엄마가 끓여주는 결명자차 맛이 난다. 이걸로 과연 내 몸의 독소가 빠질까? 내 거 진짜 독한데.


하루 일곱번 디티를 마신 뒤, 하루 활동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들어있는 에너지 리퀴드도 함께 마셔 준다. 맛은 꼭 비타 500을 응축해 놓은 것 같은 맛이다. 노랗고 진득한 액체를 갤포스처럼 입안에 쭉 짜서 먹는데, 마시고 나면 입이 너무 달아서 디티를 다시 마시고 싶어진다. 혹시 이거 노린 거니?


일단 앞으로 5일동안 아무것도 못 먹을 테니 맛있는 걸 먹어두자. 예를 들면 치킨이라던가…


 



DAY 1.

두근두근 디톡스 첫날. 하루 세 번 선식만 먹는 프로그램으로, 본격적인 클렌즈를 시작하기 전 몸이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살살 달래는 기간이다. 디티 클렌즈에서 깔끔한 보틀도 줬으니까 여기에 담아서 마셔야지. 인증샷도 남기고. 그런데, 당연히 물이 새지 않을줄 알고 가방에 보틀을 넣었다가 X될뻔 했다. 샌다. 좀 좋은 걸로 주지…





DAY 2.

본격적인 클렌즈 시작. 어제 하루를 굶었더니 몸이 확실히 가볍다. 실제로 1kg가 빠졌다. 이 정도는 껌이지. 어제 다이어트에 시동을 걸었으니 오늘부턴 달려보자.

따듯한 물 320ml에 디티를 타서 마시고, 에너지 리퀴드도 마신다. 둘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이걸 하루에 7번이나 마셔야 한다는 게 좀 고역이다. 2시간이 이렇게 짧았어요? 돌아서면 또 디티를 마실 시간. 디톡스가 일반 다이어트 보다 힘든 건 칼로리가 낮은 음식도 먹을 수 없기 때문. 과일은 커녕 커피도 못 마신다. 카페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에디터 H는 내가 재미 없어졌다고 툴툴거린다. 나도 이런 내가 참 시시하다.




DAY 3.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비타500을 농축한 것 같은 에너지 리퀴드는 이름 값을 못한다. 삶의 낙이 없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몸무게를 재니 2.5kg가 빠졌다. 배도 홀쭉하다. 이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서 배시시 웃었다가, 배가 고프니 이내 또 포악해진다. 기분이 널을 뛴다. 내가 먹지 못 먹으니까 남들이라도 먹여야겠다 싶어서 에디터H에게 자꾸 뭘 먹으라고 강요한다.

집에오면 배고픔과 우울함이 더 커진다. 그래서 미친 사람처럼 유튜브 먹방을 봤다. 벤쯔 오빠가 참 잘 먹더라구. 삼일 째가 되니 피부가 푸석거리고, 얼굴 이곳저곳이 울긋불긋 뒤집어졌다. 몸속의 독소와 노폐물이 배출되고 죽은 세포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명현반응’이다.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 곯은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든다. 흑흑. 




DAY 4.

오늘 아침엔 눈이 내렸다. 그리고 난 3.4kg가 빠졌다. 하하 나 날씬해진 거야?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이제 또 디티를 마셔야 한다. 솔직히 쳐다도 보기 싫어지지만, 단 한 톨이라도 남기면 죽여버리겠단 에디터H의 말때문에 먹기로 한다. 주책맞게 여기저기 말도 많이 해놔서 이제 와서 포기하기도 쪽팔린다. 이쯤 되고 보니 나는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살을 빼나 싶다. 제주도에 놀러간 에디터H가 자기는 흑돼지를 먹으러 왔다고 염장을 지른다. 돼지. 꿀꿀. 살쪄라. 나는 날씬해질 거야. 아 배고파. 라면 물을 올렸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가스불을 껐다. 휴, 위험했다. 이게 다 에이치 때문이다.





DAY 5.

지난밤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는 술자리에서 결국 입이 터지고 말았다. 콸콸. 여러분 막걸리에 굴전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데 어떻게 안 먹어요? 탱글탱글한 굴이 노오란 계란 옷에 기름을 가득 머금고 나를 바라보더라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디톡스 한다고 새침하게 앉아있는 거 재수 없지 않아요?  솔직히 한 입을 먹은 뒤, 그 이후의 상황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아침에 침대에 머리를 박으면서 일어났다. 홀쭉하게 들어갔던 배가 조금 나와있다. 1kg가 쪘다. 순식간에. 빼는 건 어려운데 찌는 건 왜 이렇게 찰나인가. 내가 이러려고 4일을 굶었던가 자괴감 들고 괴롭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프로그램을 따른다. 괜찮아. 지난밤은 내 머리도, 몸도 다 잊는 거야.  입이 터지니 솔직히 선식 같은 걸로 만족이 될 리가.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세 개의 선식을 비워냈다.






Epilogue. 일주일이 지나고…

[이날 소 한 마리는 먹은 듯…]

이번 클렌즈 프로그램은 실패다. 총 3kg가 빠졌다가, 일주일이 지난 지금 2kg가 다시 찐 상태다. 5일을 ‘거의’ 굶어냈으니 식탐이 늘었다. 솔직히 지금은 디톡스를 했다는 걸 잊을 정도로 잘 먹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몸무게가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고,  배도 아직은 봐줄 만하다.


세상에 쉽고 빠른 길 같은 건 없다. 짧고 굵게 가려고 했다가 몸에 독소는 빠졌는지 몰라도 대신 왕성한 식욕을 얻었다. 만약 디톡스를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에 몸을 정화하는 코스 정도로 추천한다.


날씬해져서 돌아온 에디터M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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