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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an 22. 2018

오래 전부터 벼르던 책과 맥주를 꺼냈다.

구스아일랜드 소피

간만에 별다른 이유 없이 소개하고 싶은 맥주가 생겼다.



디에디트 사무실 한켠엔 술을 담아두는 카트가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부터 빨간 뚜껑의 소주까지 주종에 상관없이 다양한 술들이 빼곡히 쌓여있다.



‘술과 안주가 넘쳐 흐르는 사무실’ 이건, 디에디트 주류 에디터로서의 나의 자존심이자 디에디트의 자랑이다. 에디터H는 이렇게 술이 많은데 왜 자꾸 못 마시게 하냐며 징징대지만, 마실 수 있다. 얼마든지. 단, 리뷰를 하기만 한다면 말이지.


나 뭐 마실까? 

술카트 앞에 선 에디터H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한 손엔 이미 안주가 들려있다. 쌓여있는 술이지만, 선택은 항상 어렵다. 오늘의 기분, 안주와의 조합… 모든 선택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건 지지난 주 타코와 함께한 소피]

지난 몇 주간 기회가 될때마다 ‘구스아일랜드 소피’를 땄다. 결론은 언제나 성공 성공 대 성공!



소피는 구스 아일랜드의 자랑, 빈티지 에일 중 하나다. 빈티지 에일은 벨지안 에일을 와인 배럴에서 2차 숙성 과정을 거친다. 2차 숙성 과정에서 다양한 맛이 3월의 봄꽃처럼 화사하게 피어오르는데, 그래서 그런지 빈티지 에일 시리즈에는 소피, 마틸다, 로리타처럼 여성의 이름이 붙는다. 그중에서 소피는 창업자의 손녀 이름을 땄단다. 미리 말하자면, 정말 사랑스러운 맛이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곡선, 묵직한 무게감,  765mL 용량의 와인병을 닮은 모양은 맥주보다 좀 더 특별한 기분을 낼 수 있다. 여러 사람들과 나눠 마시기도 좋다. 사실 마트에선 일반 맥주병과 같은 355ml도 팔고 있지만 난 이걸 더 좋아한다.



라벨 뒤쪽에는 주둥이가 넓은 잔에 따라마실 것을 권장하고 있다.



몽글몽글한 거품 아래로 맥주는 탁한 노란빛을 띤다. 소피를 마시게 된다면, 꼭 와인잔에 따라서 이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소피는 와인배럴에서 오렌지 껍질과 함께 2차 숙성을 거쳐 우리 앞에 온다. 부드러운 탄산감, 폴폴 풍겨져 나오는 오렌지의 향기를 헤치고 부드럽게 깔리는 바닐라 맛이 굉장히 사치스럽다.



좀 여유가 있었던 어느 저녁, 치킨을 시키고 오래 전부터 보고 싶어서 벼르고 있던 책을 꺼내온 뒤, 소피를 땄다. 형광등 대신 네온 사인과 간접조명을 켜고 쇼파에 몸을 푹 파묻으니 꽤 아늑하다. 약간의 취기가 오른 상태로 그렇게 두 시간을 보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주변을 채울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내가 된다. 올해엔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오늘 리뷰는 끝!


구스아일랜드 소피 765mL
Point
 – 샴페인만큼 화려한 맥주
With – 사치스러운 마음
Nation – 미국/ 시카고
Style – 벨지안 스타일 에일
ABV –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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