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네스프레소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에요. 저는 한 번도 산타클로스를 믿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말이죠. 착하게 살면 이렇게 복을 받나 봐요. 핸드드립 커피에 좀 질려 가고 있었는데, 네스프레소에서 새로운 커피를 보내줬거든요.
짜잔! 엄청 화려하죠? 프리다 칼로가 떠오르는 이 멋진 패키지는 런던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아나 로드리게스와 콜라보레이션 했대요. 기사를 준비하면서 작품을 보는데 하나같이 취향저격. 살 수만 있다면, 디에디트 사무실에 걸어두고 싶더라구요. 더 많은 작품이 궁금하다면 여기로. 아직 마시기 전인데도 한파에 꽁꽁 얼어붙어있던 제 가슴속 열정이 활활 불타오르는 것 같아요.
네, 그래요. 이번에도 역시 한정판이에요. 리미티드 에디션. 이 단어는 우연히 튼 홈쇼핑 채널 화면에서 깜빡이는 ‘매진임박’처럼 심장을 빠르게 펌프질 하는 그런 매력이 있어요.
이름을 말하는 게 좀 늦었죠? 새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네스프레소의 신상, 아라비카 에티오피아 하라와 로부스타 우간다입니다. 위 이미지 속 살짝 보이는 스틸 트레이는 아프리카 전통 커피 세레모니에서 영감을 받아 스위스 스튜디오 아뜰리에 오이와 제작했대요. 여기에 커피를 담으면, 반짝거리며 잔을 비추는것이 얼마나 근사한지 몰라요. 이번 출시를 기념한 특별 기프트 박스에 이 스틸 트레이와 뷰 룽고 혹은 뷰 에스프레소 2개가 함께 포함되어 있대요.
이번 패키지가 왜 재미있는지 아세요? 지금부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아마 다 듣고 나면 이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끙끙 앓게 될 테니까요.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는 말이죠 아프리카 커피 생산지의 두 개의 큰 기둥이에요. 그리고 이곳에서 생산된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커피는 전 세계 수많은 커피 품종 중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많이 들어본 아라비카 커피가 탄생한 곳이 바로 에티오피아, 로부스타는 우간다에서 시작된 커피랍니다. 그러니까 이번 리미티드 에디션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장 맛있고, 이야기가 있는 커피를 발굴하는 네스프레소가 찾아낸 또 하나의 보석인 셈이죠.
왜 위인전에 나오는 훌륭한 사람들은 꼭 탄생 신화가 있잖아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커피도 탄생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가 있답니다. 디에디트 공식 바리스타 에디터 기은에 따르면, 이 설화는 바리스타 시험에도 나올 정도로 워낙 유명하다고 하니 알아두면 어디 가서 으쓱거리기 참 좋을 거예요.
어느 더운 여름날, 칼디라는 목동은 까무룩 잠이 듭니다. 눈을 떴는데 자기가 지키고 있던 염소들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겨우 찾아낸 염소들의 상태가 이상했어요. 어디서 빨간 열매를 먹고 잔뜩 취한 염소들이 겅중겅중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호기심이 든 목동은 열매를 먹어봤죠. 그런데 몸이 뜨거워지면서 빠르게 피가 도는 게 아니겠어요?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열정을 참지 못하고 목동도 염소와 함께 춤을 춥니다. 얼쑤!
어때요? 좀 짐작이 가시나요? 맞아요. 여기서 빨간 열매는 커피고, 커피 열매의 카페인 성분이 그들을 춤추게 만든거죠. 이게 끝이 아니에요.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수도승이 저 수상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수도승은 요사스러운 열매를 악마라고 생각하고 불에 태워요. 그런데 열매를 불에 넣으니 달콤한 향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것이 아니겠어요? 글쎄요. 수도승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불에 탄 열매를 빻아서 물과 섞어 마셔봤대요. 여러분. 이게 바로 커피의 기원이에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신비로운 이 전설은 카페인의 효과부터 마시는 방법까지 커피의 본질을! 놀라울 정도로 꿰뚫고 있어요.
자, 두 번째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심장에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지금은 우간다로 알려진 부간다 지역엔 가족 의례 풍습이 있어요.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기 위해 두 가족이 하나의 커피 열매 하나를 갈라 그 안에 담긴 두 개의 생두를 나누어 먹었다고 해요. 손톱만큼 작은 커피콩이 우정과 결속의 증표인 셈이죠. 쏟아지는 별빛 아래 모닥불을 피우고, 방금 내린 뜨거운 커피를 나눠 마시는 의식이라니. 참 멋지죠? 지금 우리에겐 따라할 수도 없는 낭만이 있어요.
어떤가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 작은 커피가 더 멋져 보이지 않나요? 좀 신비로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에요.
방금 들려드린 이야기는 커피 맛을 돋우는 양념인 셈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커피를 내려 볼까요?
이번 에디션이 특별한 이유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사실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진 커피 품종이기 때문이에요. 와인으로 치자면, 아라비카가 화이트 와인, 로부스타가 레드 와인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아라비카 에티오피아 하라는 굉장히 여성스러운 커피입니다. 융단처럼 고운 크레마 아래로 산뜻하고 섬세한 아로마가 여린 봄꽃처럼 피어오르죠. 향긋하고 여리여리한 맛이니 온 신경을 집중해서 즐기는 것이 좋아요. 아직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마셔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입니다.
반면 로부스타 우간다는 마초남의 향기가 나요. 강렬한 풍미로 마시면 혀를 꽉 조이는 바디감이 참 좋습니다.
아라비카는 에스프레소도 좋지만, 110mL의 룽고로 마시는 것을 추천해요. 반면 로부스타 우간다는 에스프레소와 그것보다 좀 더 진한 리스트레토(25mL)를 추천합니다. 각각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레시피에요.
로부스타 우간다를 리스트레토로 진하게 내린 후, 이탈리안이 된 것처럼 공기와 함께 호로록 털어 넣어 보세요. 혀끝이 아니라, 쓴맛을 느끼는 혀의 안쪽에 바로 닿게 마시면, 풍부한 카카오향이 느껴지면서 '찌이인한’ 커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답니다.
사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는 싱글로 즐기기보다는 두 가지를 블렌딩 하여 많이 마신답니다. 인스턴트 커피부터 카페의 블렌딩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두가지 품종을 정말 셀 수도 없이 마셔봤을 거예요. 워낙 개성이 뚜렷하다 보니 두 가지를 섞었을 때 적당한 바디감, 산미 그리고 아로마가 좋은 밸런스를 자랑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렇게 홀로 마셔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전 이번에 처음 알았지 뭐예요.
다 마신 에스프레소 잔에 진한 자국을 남긴 크레마가 보이시나요? 아, 정말 맛있는 커피였어요. 다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그것도 이렇게 다른 개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건 축복이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꼭 이 낙차를 즐겨보시길 바랄게요. 그럼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모두 안녕. 저는 또 커피 한 잔 내리러 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