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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pr 24. 2018

브이로그 찍기 좋은 날

캐논 EOS M50

얼마 전에 한 행사에 갔다가 예전 리뷰에서 사진 모델을 해줬던 동생을 만났다. 여전히 반짝반짝한 아가씨였다. 본인도 유튜브를 시작할 것 같다며 카메라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그 말이 어찌나 쑥쓰럽던지. 카메라 앞에서 선글라스 끼고 주책을 떨기 시작한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유튜버’라는 말은 남사스럽다. 내 주책이 민망해져서다. 수선떠는 것에 비하면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선글라스를 끼는 것 같다. 뭐랄까.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괜찮아지거든.

어쨌든 쑥쓰러움을 극복하고 몇 가지 카메라를 추천해보았다. 가볍고, 쓰기 편하고, 100만 원이 넘지 않는 모델로. 결국 그 동생이 실제로 구입한건 당시 예판중이던 캐논 M50이었다. 그렇다. 눈치 채셨겠지만, 오늘 리뷰의 주인공은 캐논의 미러리스 카메라 EOS M50.


이 제품의 소구점은 가벼운 무게 만큼이나 간결하다. 최고는 아니지만, 편하고 쉽게 최선의 결과를 담을 수 있는 것. 솔직히 사진 좀 찍어봤고, 카메라 좀 만져봤다는 사람들에게 굳이 추천하고 싶진 않다. 나처럼 초보 유튜버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기에 딱인 제품이다. 물론 나는 초보 유튜버치고 상급기 제품을 쓰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테크 제품을 써보는 게 내 직업이다보니 살짝꿍 논외로 쳐주시길.

일단 가볍다. 한 손에 가볍게 들리는 무게와 적절한 그립감이 만났다. M50을 쓰며 카메라 파지법의 정론을 지킬 필요 따윈 없다. 그냥 한 손으로 슥, 들어서 찰칵 찍어도 흔들림 없이 찍을 수 있는 무게다. 바디 무게만 따졌을 때 351g. 내 아이폰X이 174g이니 스마트폰 두 개 정도다. 팔이 뻐근한 스트레스없이 쓸 수 있다는 점에 큰 가산점을 준다.

그립부의 곡선이 적절해서 손에 쥐었을 때 의외로 안정적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작다. 실물을 보면 캐논의 DSLR을 작게 압축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내가 평소에 쓰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죄다 화면 터치와 LCD 회전에 인색해서인지, 이런 제품만 보면 감격스럽다. 어느 방향으로나 장난감 처럼 돌릴 수 있는 스위블 액정은 누가 뭐래도 유튜버 카메라의 필수 요소다. 요즘은 1인 크리에이터라는 말도 많이 쓰더라. 그래, 명칭처럼 1인이 직접 촬영하고, 출연하고, 편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나머지야 어떻게 해결한다고 해도 혼자 촬영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모니터를 따로 달아서 녹화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고 말이다. 그럴 때 셀카 모드로 화면을 확인하며 촬영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수월해진다.

[터치 조작으로 초점을 바꾸며 촬영한 샘플 사진]

터치 조작으로 초점을 바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화면 컨트롤도 훨씬 수월하다. 카메라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작고 가벼운 것만이 M50의 특징이냐면 그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캐논의 듀얼 픽셀 AF라고 생각한다. 그게 뭐냐고? 센서에 있는 각 화소가 두 개의 포토다이오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각 픽셀이 독립적으로 빛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지 센서의 유효 화소 정보를 사용해 위상차 AF를 구현한다. 이 설명이 어렵다면 무엇이 더 좋은지만 기억하면 된다. 라이브뷰를 사용하면서도 뷰파인더 만큼 빠른 촬영을 경험할 수 있다. 모름지기 초점은 카메라가 알아서 잡는 것이니, 사용자는 다른 요소에 집중할 수 있단 얘기다.

영상 찍을 때의 AF 속도도 인상적이다. 카메라 앞에서 작은 화장품을 보여주며 메이크업 과정을 보여줘야 하는 뷰튜버들에게 알맞겠다. 실제로 우리 막내 에디터가 브이로그를 찍겠다며 시도해 보았는데 꽤 괜찮았다. 작은 립스틱에서 금세 초점이 맞고, 화면 속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라 영민하게 초점이 잡힌다. 행여 포커스를 잡기 어려운 경우엔 가볍게 화면을 터치하면 된다. AF 범위도 상당히 넓은 편이라 다양한 촬영에 걸맞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역 대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캐논 EOS M50으로 촬영한 막내 에디터 사진]

눈을 인식해 초점을 잡아주는 아이 디택션 AF 기능이 적용됐다. 일반적인 얼굴 인식 보다 더 정확도 높게 인물 사진의 초점을 잡을 수 있다. 선글라스를 낀 내 얼굴에선 안될 것 같아서 화사하게 웃는 에디터 기은의 얼굴을 촬영해보았다. 눈에 또렷하게 잡힌 포커스가 보이시는지. 인물 사진을 볼때 시선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은 눈이다. 카메라와 인물의 아이컨택이 또렷하게 맞는 것 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얘기다.

날씨 좋은 봄날 디에디트 세 여자가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연남동에 놀러갔다 왔다. “우리도 다른 유튜브 채널처럼 평범한 브이로그를 찍어봅시다!”라는 막내 에디터의 울부짖음에 답할겸 영상도 찍어봤다. 요즘 트렌드는 각잡고 찍는 영상이 아니라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영상이라나.


때마침 리뷰용으로 끼고 다니던 M50을 들고 나가서 좋은 영상이 얻어 걸렸다. 우리 에디터 기은은 길거리를 걸어다니면서도 카메라를 들고 조잘조잘 잘 떠든다. 카메라 화면을 셀카 모드로 두고 벚꽃핀 길을 걸으며 아무렇게나 영상을 찍었다. 낄낄대기도 하고, 헛소리도 하고. 셋이서 오리 가족처럼 나란히 걷는 모습도 찍어보고.


밥 먹으러 가서도 또 찍고, 밥 먹으면서도 테이블에 카메라 올려두고 또 찍고. 막내에게 물으니 “이렇게 쉴 새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해야 좋은 브이로그가 되는 거예요”라고 한다. 그래, 막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내가 브이로그에 대해 무얼 알겠는가.

[시키는대로 여러 앵글에서 찍었다]

길가다 따릉이를 발견한 막내 에디터의 표정이 범상치 않다. 그래, 계속 정적인 화면만 찍었으니 역동적인 화면도 필요할 것 같다. 바로 따릉이 대여 1시간을 결제하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막내가 카메라를 내 손에 쥐어주며 말한다. “아래서 찍고 뒤에서 찍고, 옆에서도 찍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LCD를 이리저리 돌리며 시키는대로 다양한 앵글을 담아봤다.

그렇게 완성된 막내 에디터의 브이로그 영상은 기대 이상이다. 일단 한 번 보고 오시길. 예쁘고, 발랄하고, 자연스럽다. 우리가 보통 촬영하는 ‘각잡힌 리뷰영상’과는 다른 재미가 있더라. 이런 영상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촬영 자체가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무게나 설정, 각도를 의식할 필요 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각도로 아무렇게나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랄까, 매번 촬영 때마다 느끼는 ‘스트레스’가 없었다. 짐벌이나 삼각대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장비가 단촐하다보니 주변 사람들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다른 액세서리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딱 한 가지 추가로 장착한 건 로데의 소형 지향성 마이크 뿐. 바디가 작아서 마이크 입력 단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있더라. 덕분에 보이스도 깔끔하게 녹음할 수 있었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브이로그용 카메라다.

영상 품질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기대 이상이다. 15-45mm 번들 렌즈의 활용도 또한 뛰어나다.

[캐논 EOS M50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을 찍었을 때 결과물의 선예도가 살짝 아쉽긴 하지만, 휴대성에서 엄청난 가산점을 먹고 들어가기 때문에 너무 불평하진 않겠다. 앞서 이야기한 AF 성능이 영상에서도 발현되기 때문에 대충 찍어도 괜찮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캐논 EOS M50으로 촬영한 사진]

사람 얼굴을 찍었을 때 피부 색이 예쁘게 표현되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뽀샤시하게 문대준다기 보다는 색감 자체가 곱다. 역광일때 촬영해도 낯빛이 시커멓게 묻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까이서 인물을 찍어도 보기 부담스럽지 않게 담아준다.

캐논 미러리스 최초로 4K를 지원한다는 점 역시 내 호기심을 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K 촬영은 완벽하진 않다. 4K 모드에서는 24프레임 촬영만 가능한데다, 1.6배 더 크롭되기 때문에 화각의 손실이 있다. 셀카 모드로 4K 영상을 찍어볼까 했는데, 너무 가까이 찍혀서 화면 안에 부담스러울 만큼 눈코입이 가득차더라. 내 짧은 팔로는 감당할 수 없는 화각이었다. 사실 이런 점까지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 하지만 캐논의 매력인 듀얼픽셀 AF의 4K 촬영에선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사용해본 팁을 전하자면, 인물이나 움직임이 많은 피사체는 풀HD 화질로 촬영하고 풍경이나 정적인 피사체는 4K로 촬영해두면 편집할 때 용이하다. 확실한 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사실.

영상을 처음 찍기 시작하는 유튜브 꿈나무 분들에게 기분 좋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다. 내가 이전에 쓰던 경쟁사의 동급 모델과 비교했을 때 한결 가벼운 가격 역시 포인트고 말이다. 리뷰에 사용한 15-45mm 번들렌즈킷이 80만 원 후반대에 출시됐으니 가격면에서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평가한다.

가볍고, 쉽고, 빠르다. 카메라를 잘 몰라도, 영상을 잘 몰라도 당장 친해질 수 있을 만큼. 우리 막내 에디터의 상큼 발랄한 브이로그에 그대로 녹아 있지 않은가. 아, 나도 상큼한 브이로그 연습해봐야겠다. 방긋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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