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라차 볶음면
안녕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에디터M이다. 오늘은 쏘핫한 라면을 들고 왔다. 난 라면을 즐기진 않지만 새거는 좋아하니까 먹어보자.
아무래도 삼양엔 매운맛 장인이 살고 있는게 분명하다. 불닭볶음면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삼양이 이번엔 동남아의 향기를 가득 품은 스리라차 볶음면을 내놨다.
그런데 잠깐. 스리라차 소스가 무엇이냐. 맞다. 쌀국수 집에 가면 항상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거. 검은 소스 말고 빨간 거. 먹으면 매운데, 초고추장처럼 약간 시큼한 맛도 나고 마늘향도 나고 아주 오묘한 맛이 나는 그거 말이다. 빨간 통에 초록색 뚜껑, 영어도 한자도 쓰여있는데 베트남 쌀국수 집에 꼭 있는 국적 불명의 소스 말이다.
이 소스는 태국에서 시작되었지만(스리라차 라는 말 자체가 태국의 시라차Si Racha 지방에서 왔다) 미국 사람들이 더 많이 먹는 마약소스로 알려져있다. 아무리 느끼한 음식에도 한 방울만 넣으면 느끼한 맛이 싹 사라지는 마성의 MSG. 자, 이제 오늘의 진짜 주인공인 삼양의 스리라차 소스를 넣어 만든 볶음면을 본격적으로 시식해보자.
아주 혼을 쏙 빼는 디자인이다. 자기 주장이 강한편이랄까. 혹시나 사람들이 이게 스리라차 볶음면인걸 까먹을까봐 사방팔방 자신의 존재를 써놨다. 입맛 돋우는 빨간색에 초록 뚜껑을 형상화한 테두리가 아주아주 인상적이다.
구성품은 간단하다. 뚜껑을 열면 건더기 스프는 이미 면 위에 흩뿌려져 있고 짧고 뚱뚱한 스리라차 소스 병이 그려져 있는 액상스프가 전부. 하긴 뭐 별 게 있을 게 없지.
자 이제 물을 붓고 면을 익혀보자. 굳이 전기 포트로 끓인 물을 사무실에 있는 핸드드립용 주전자에 담아 우아하게 부어본다. 섬세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다. 자 이제 길고 긴 4분의 기다림만 견디면 새빨간 볶음면을 맛볼 수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4분이 지나갔다. 물을 따라 버리고 소스를 넣어 쉐킷쉐킷. 아직 입에는 갖다 대지도 않았는데 매운 향기가 코를 찌른다. “역시. 너 이자식. 보통이 아니구나.”
플레이팅도 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라면이지만, 이렇게 차려먹으면 기분이 좋다. 처음 맛봤을 땐 솔직히 조금 실망스러웠다. 불닭볶음면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의점 라면의 맛이 강하게 느껴진달까. 그런데 한 입 한 입 면발이 입속에 들어갈수록 스리라차 특유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시고 달고 맵고 혀로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이 여기에 있다. 맵고 시고 짜고 달고 혼자 다해먹는다. 동남아의 향기가 물씬. 더운 나라 특유의 향과 산미가 있다. 이 향을 좋아하는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면발을 흡입하고 만다.
매움 정도는 중간 이상. 치즈 불닭볶음면보다는 덜 맵고 간짬뽕 보다는 맵다고 쓰여있던데. 글쎄. 상당히 매운 편이다. 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먹고 나서 데미지가 너무 크다. 아주 작은 바늘로 딱 죽지 않을 정도로 입안을 마구 찌르는 것 같아서 고통스럽더라. 아프다. 많이.
정리하자면, 일단 스리라차 소스를 썼다는 신선함에 1점, 매운맛에 1점, 그리고 힙한 디자인에 또 1점을 준다. 아마 스트레스 많이 받는 어느 날에 한 번 정도는 더 사먹을 듯 싶다.
스리라차 볶음면은 컵라면 뿐만 아니라 봉지라면으로도 나왔다. 리뷰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사람들이 생라면으로도 많이들 먹고 있더라. 매운 맛에 더해지는 아주 약간의 신맛때문에 생라면의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나. 나도 다음에 먹어봐야지.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에디터M의 먹는 리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