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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n 07. 2018

어떤 도시를 한 가지 색으로 말할 수 있을까?

어떤 도시를 한 가지 색으로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도시의 색을 입힌 스마트폰용 사진 필터앱을 만들었다. 도쿄, 파리, 부다페스트. 그게 벌써 몇 년 째 유료 앱 순위권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니, 도시의 색이라는 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동안 수집해온 포르투의 색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1. Taxi


개인적으로 도시의 색, 아니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도시 이미지의 상당부분은 택시로부터 온다고 믿는다. 뉴욕의 옐로우 캡, 홍콩의 빨강 택시 같은 거 말이다. 포르투의 택시는 무게감 있는 블랙 컬러. 머리에 귀여운 에메랄드색 모자를 쓰고 있다.



멋쟁이 중년 신사처럼 보이는 이 택시는(하지만 절대 운전은 신사처럼 하지 않지) 포르투의 이미지와 많이 닮았다. 첫 날엔 별 감흥이 없었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에메랄드 모자 같은 건 사실 잘 보이지도 않았다. 검은 택시라니 점잖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도시는 닳고 닳은 노년의 삶처럼 지치고 남루해보였다. 


[타일 위에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려넣고, 깨진 타일도 작품의 일부처럼 그려낸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길이 눈에 익기 시작하면서 귀여운 디테일들이 눈에 밟힌다. 멀리서 봤을 땐 그냥 타일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타일 위에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두기도 하고, 깨진 타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무언가를 그려넣은 손길도 있다. 집요하고 짓궂다.


2. Street art


포르투는 오래된 도시다. 눈길 닿는 곳마다 언제 지어졌는지 모를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멋진 치장을 한 건물들이 날 내려다 본다. 



오래된 건물을 입을 헤 벌리고 올려다 보다가 목이 뻐근해져 시선을 떨구면 읽을 수 없는 낙서와 눈이 마주친다.



포르투엔 낙서와 스티커가 정말 많다. 그냥 경찰을 눈을 피해 으슥한 뒷골목에 있는 정도가 아니다. 어딜가나 있다. 정말 정말 많다. 서울이었다면 지저분하게 이게 뭐냐며 혀를 끌끌 찼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 사람들은 이게 전혀 싫지 않은건가?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을텐데…


그런데 온 도시가 이렇게 ‘친(親) 그래피티화’ 된데는 약간의 사연이 있었다. 



2013년 포르투 시내의 벽화가 금지됐다. 이미 있는 그림들은 노란색 혹은 흰색 페인트로 덮였다. 화려했던 거리는 심심해졌고, 당시 스트리트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평범한 포르투의 시민들도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억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행동이었다. 그해 10월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고 포르투 거리에는 처음으로 시에 의해 인정된 벽화가 그려졌다. 예술에 대한 억압은 오히려 웅크리고 있던 욕망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게 만들었다. 과거 벽화를 덮었던 노란색 페인트는 이쯤 되고보니 가능성이 무한한 캔버스가 되었다.



포르투 거리 곳곳은 빠르고 아름답게 때로는 강한 개성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잠깐, 여러분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스트리트 아티스트가 있다. 알아 볼 수만 있다면, 포르투 시내 어디서나 그의 작품을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어 수집하는 재미가 있을거다. 



이름은 Hazul. 실제 본명이자, 포르투갈어로 파랑색을 뜻하는 Azul과 발음이 비슷하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지만, 망설이지 않고 뻗어가는 터키와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예술가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얼굴이 없는 여성(마리아)상 그리고 그의 이름처럼 파랑색을 자주 쓴다는 것. 꼭 기억해 두었다가 어느 골목 그의 그림과 마주치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 거다. 


[그림 속 숨어있는 마리아 상을 찾아라!]


3.Azul(blue)


다음은 포르투갈 어로 진짜 파란색을 뜻하는 Azul이다. 포르투 사람들은 색을 참 잘 쓴다. 포르투갈의 상징, 파란색 타일 아줄레주는 포르투가 보여주는 색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핑크, 딥그린, 레드, 오렌지, 상상만 하고 감히 실천에 쉽게 옮기지 못하는 과감한 컬러로 거리가 넘실댄다. 서울의 디에디트 사무실 벽을 직접 페인트로 칠하기로 했을 때, 과감한 색을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배웠다. 소심한 이방인은 자꾸만 카메라를 들이댄다. 



4.Bricks(Orange)


조금만 높은 곳에서 포르투를 내려다보면, 포르투는 오렌지 빛으로 덮여있다. 파란 하늘과 오렌지 빛 지붕.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 보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포르투의 모습이다. 



이 도시의 지붕이 하나같이 오렌지색으로 통일된 이유는 비가 새지 않고 단열이 잘 되도록 기왓장을 흙으로 구워서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실제 유럽 내륙지방의 지붕은 비슷한 재료(흙)와 방식으로 만들어져 오렌지색 지붕이 많다. 화려한 대리석과 화강암 등 귀족들에겐 다양한 옵션이 있었지만, 서민들에게 지붕을 올릴수 있는 재료를 선택한다는 건 사치였을 거다. 



결국 포르투의 색을 한 가지(혹은 몇 가지)로 추리는덴 실패한 것 같다. 


이곳에서 끊임 없이 셔터를 누르며 다니고는 있지만, 고백하건대 사실 난 원래 여행지에서 계속 사진을 찍는 스타일은 아니다. 길거리를 다닐 땐, 주로 쓸데 없는 공상을 한다. 아주 일부는 글에 녹여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디도 말하기 부끄러운 시시한 상념에 가깝다.



이상하게도 포르투에 있으면서 나의 도시 서울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곤 한다. 돌아가면 서울은 어떤 색을 품고 있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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