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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l 12. 2018

한 권의 책은 그 자체로 온전한 우주다

그 우주를 무제하으로 마음껏 탐하기로 했다 

여러분 안녕. 시간이 나면 전자책을 읽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책을 사 모으는 에디터M이다.


포르투에서 틈틈이 책을 읽었다. 물론 모든 독서는 리디북스 페이퍼와 함께였다. 이 얄팍한 기기에 200권이 넘는 책이 들어있었으니 작은 도서관을 포르투로 옮겨온 셈이다. 반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에디터H는 이미 장비로 꽉 찬 캐리어에 시집과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까지 4권이나 되는 책을 아득바득 챙겨왔다. 그 책 중 과연 얼마나 완독을 했는지는 비밀! 요즘도 가끔 야외 테라스에 앉아 따듯한 햇살 속에서 한 문장씩 음미하던 때를 그리워하곤 한다.


구매에서 구독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점점 바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최근 나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서비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리디북스가 새롭게 선보인 리디 셀렉트는 매달 6,500원으로 제한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넷플릭스 같은 구독 서비스다. 


책을 구독한다니 처음엔 좀 헷갈릴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러닝타임이 비교적 짧은 영화(혹은 드라마)와 달리 책은 1권을 완독는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는 영상 콘텐츠와 달리 전자책은 무조건 뷰어에 책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세상의 모든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걸까? 정확히 말하면 세상의 모든 책은 아니고 리디북스가 선정한 ‘리디 셀렉트’에 있는 책을 볼 수 있다.


[리디 셀렉트로 읽을 수 있는 도서 리스트 중 일부]

소설, 경영 서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까지 다양한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리디 셀렉트에는 1,000여권의 책이 등록돼 있다. 이미 상당한 양의 전자책 데이터를 가진 리디북스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많이 골라뒀기 때문이다.


사용 방법은 어렵지 않다. 추후 정기 결제에 사용할 카드만 등록하면 된다. 당장 결제가 되는 건 아니니 겁먹지 말자. 8월 3일까지 가입하면 두 달 동안 무료로 리디 셀렉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얼리버드인 나도 그 혜택에 동참했다. 오예!


보고 싶은 책을 선택하면 마이 셀렉트에 추가된다. 마이 셀렉트에는 최대 10권까지 담을 수 있다.


이건 한 달에 오직 10권의 책만 볼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한 번에 대여할 수 있는 책이 10권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만약 다른 책을 읽고 싶다면, 마이 셀렉트에 있는 책 중 하나를 새로운 책으로 교체해야 한다. 교체해서 리스트에서 삭제된 책은 내 서재에서 열람이 불가능하다.


담은 책은 리디북스 리더 뷰어를 통해 다운 받아 볼 수 있다.현재 이벤트 중이라 다운로드 하면 60일 동안만 볼 수 있다.


꼭 나처럼 페이퍼 프로를 통해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한 리디 뷰어를 통해 읽을 수도 있다. 나도 가끔 페이퍼 프로를 챙기진 않은 날엔 아이폰으로 책을 읽곤 한다. 기기 간의 연동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페이퍼 프로에서 읽던 책을 아이폰에서 열람하면, 읽던 페이지로 바로 넘어간다.


가성비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책 한 권 정도의 가격으로 1,000권의 책을 무료로 볼 수 있다면 가성비가 꽤 좋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난 매달 리디북스에 3만 원씩 정기결제를 걸어둔 상태다. 그리고 매달 3만 원을 거의 다 쓴다. 딱 책 3권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인데, 항상 보고싶은 책이 넘쳐나서 늘 모자라다. 장바구니에 담겼다가 위시리스트로 밀려난 책이 벌써 47권이나 된다. 그런데 이런 제한 없이 어떤 책이든 다 볼 수 있다니! 하앍. 마치 사탕가게에 온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나는 뷔페식 독서를 즐긴다. 그때 그때 기분과 필요에 맞게 여러 책을 뒤적이며 읽는 타입이다. 나와 비슷한 독서 스타일을 가졌다면 리디 셀렉트가 꽤 반가울 것. 여러 개를 골라잡으라는 반가운 제안에 책을 고르는데 부담이 줄었다. 요즘엔 <사소한 것들의 과학>과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함께 읽고 있다. 어떤 날은 똑똑해지고 싶고, 또 어느 날엔 손을 뗄 수 없는 소설이 읽고 싶으니까. 평소라면 잘 읽지 않았을 자기 계발서도 담는다. 짜릿해. 새로운 책을 읽는 건 마치 세계로 발을 들이는 기분이다. 사탕 가게 앞에 선 내게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공짜란다.”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딸기맛이랑 포도맛도 담고 도전 의식이 생겨 평소라면 쉽게 먹지 않았을 수박맛도 담는다. 참으로 달콤한 제안이다.


주말에 러시아 여행을 앞두고 있는 나는 비행기에서 읽을 가벼운 책을 골라 넣었다. 2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이니 호흡이 긴 건 좋지 않다. <세계 호러단편 100선>은 호러 문학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애드거 앨런 포우부터 찰스 디킨스, 안톤 체호프 등 거장들의 숨겨진 호러 단편을 볼 수 있다. 짧고 쫄깃하게 비행기 안에서 읽어야지.


골라도 골라도 끝이 없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도 담는다. 사실 내가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원작인데 소설로 시작한 만큼 글로 읽으면 더욱더 재미있다고 들었다. 무려 5권이 넘는 대 우주삼라만상의 모든 이치와 블랙 코미디가 담긴 긴 이야기지만 일단 도전! 선택엔 망설임이 없다.


솔직히 리디셀렉트에 내가 보고 싶은 모든 책이 있을거란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보단 리디북스가 ‘셀렉트’한 책 중에 내 입맛을 자극하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뭐랄까 책을 정말 잘 아는 주인이 좋은 책으로만 골라둔 도서 편집샵 같은 느낌에 가깝다고 표현하는 건 어떨까? 어떤 책이 필요하거나 꼭 읽고 싶어서 리디 셀렉트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무언가가 읽고 싶어진 날에 리디 셀렉트에 들러 큐레이션된 책들을 쭉 훑는다. 그러다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담는다. 읽다가 재미있으면 남겨두고 만약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면 다른 책으로 교체한다. 구독 모델의 장점은 이런 거다. 어떤 책이든 언제나 마음 내키는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무료라는 것. 이쯤 쓰고 보니 리디 셀렉트는 넷플릭스라기 보다는 차라리 큐레이션이 잘 된 프리미엄 전자도서관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어떤 물건을 사며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 물건이 내 삶을 얼마나 풍족하게 만들어줄지를 상상하는 때다. 책도 마찬가지다. 설령 지금 당장 읽지 않아도, 책을 읽는 순간을 상상하고 그 책이 내 세계로 스며들거라 믿으며 책을 고른다.


한 권의 책은 그 자체로 온전한 우주다. 모든 우주를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는 리디 셀렉트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의 삶도 풍족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8월 3일까지만 이 세계에 발을 들이면 적어도 2개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린다. 좋은 기회다. 남은 반 년 책읽는 여러분이 되길 기원하며, 전자 책 읽는 여자 에디터M의 리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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