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에서 나온 라거, 홉 하우스 13
이럴 일인가. 긴 듯 짧은듯한 연휴를 끝내고 다시 사무실. 일하기 너무 싫다. 사람에게도 온오프 스위치가 필요하다. 경쾌하게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별안간 업무 모드로 전환되는 그런 스위치말이다.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니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도무지 일할 기분이 아니라 맥주 리뷰를 핑계로 사무실에 잠자고 있던 맥주를 한 병 땄다.
한동안 맥주를 멀리했다. 솔직히 말해 조금 지겨웠다. 하루가 멀다하고 난생처음 보는 낯선 맥주가 쏟아진다. 대형 할인 마트의 맥주 코너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요즘은 편의점만 가도 힙으로 무장한 맥주들이 4캔에 만 원이란 매력적인 가격표를 가슴에 달고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피로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런데 이 맥주 꽤 괜찮다. 잘 익은 복숭아처럼 향긋한 첫 맛. 질질 끌지 않고 뚝 떨어지는 깔끔함. 입안에 감도는 씁쓸한 홉과 바람처럼 스쳐지가나는 보리의 향이 근사하다.
홉 하우스 13. 요즘 흔히 보이는 크래프트 맥주처럼 생겼지만 사실 이 황금빛 라거의 뿌리는 아일랜드의 기네스다. 무려 256년 동안 기네스를 만들어 온 유서깊은 양조장 세인트 제임스에서 만든 맥주다. 홉 하우스 13이란 이름도 1900년대부터 지금까지 기네스에 들어가는 홉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에서 따온 것이라고.
“라거보다 깊고 에일보다 깔끔한 크래프트 라거”
이 맥주의 슬로건이다. 복숭아처럼 청량하고 깔끔한 맛과 뒤따라오는 씁쓸한 맛은 아일랜드에서 키운 보리와 기네스의 효모 그리고 호주와 미국의 홉을 넣은 더블 호핑공법 덕분이라고.
이 쌉쌀하고 깊은 맛이 나는 맥주는 입안에서 굴려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간만에 기분 좋은 맥주를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달콤했던 휴식은 끝이 났다. 이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아직은 서울 지역의 펍을 통해 맛볼 수밖에 없지만 곧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보이면 일단 마셔보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