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에디트 Apr 12. 2019

난 슬플 땐 케이스를 사

케이스티파이의 폰케이스

안녕, 에디터M이다. 난 기분이 꿀꿀하면 아이폰 케이스를 산다. 아이폰에 새옷을 입히는 건 퍽 남는 장사다. 기묘하게 군살이 붙어 태가나지 않는 상태라 내 옷을 사는 것보다 더 즐겁고, 행여 망가질까 매일 들지도 못할 고가의 백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며,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다니는 폰이니 더 자주 행복하거든.


[그동안 스쳐갔던 나의 케이스들, 여기 찍힌 건 극히 일부다]


이번에도 또 새로운 케이스를 샀다. 어쩌다 보니 에디터H와 커플템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결제를 했다.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우리 둘 다 케이스티파이(casetify)의 인스타그램 광고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걸려들었을 뿐. 파닥파닥. 우리는 멋진 문구와 근사한 이미지에 낚이는 광고의 노예. 참으로 얄팍한 소비의 요정들이다.



같은 날에 샀지만 우리 사이엔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 왜냐면 성격 급한 에디터H는 무료 배송이 가능한 49달러 짜리 아이폰 케이스를 사면서 무려 14달러나 더 내고 DHL 국제특송으로 받았으니까. 난 배송이 2주나 걸렸는데, 그 분은 단 사흘 만에 받으셨다.


우리가 주문한 건 케이스티파이의 스팽글 케이스. 원하는 문구를 새겨 넣을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케이스다.



문구는 스팽글 안에 숨어 있다. 은갈치처럼 반짝이는 스팽글을 샥-하고 반대방향으로 쓸어주면, 글자가 뿅하고 나타난다.


사실 재작년 에디터H가 리뷰했던 샤넬 NO.5 향수를 패러디한 글리터 케이스를 만든 것도 같은 브랜드다. 그 기사를 보고 오셔도 좋겠지만,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아주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자. 케이스티파이는 LA에서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만드는 브랜드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규모가 꽤 크다.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스마트폰 케이스는 물론, DHL 베트멍, 몽클레어, 사카이 등 멋진 브랜드와 끊임없는 콜라보로 내 통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공식 사이트에 한국어 지원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결제가 너무 쉽게 되어 있어서 총알만 준비되었다면 1분 안에 지를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의 경우에도 문구가 어떤 식으로 보일지 바로바로 디자인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에디터H는 THE EDIT를 새겨넣었고 나는 Editor M을 넣었다. 아니 자기 폰인데 왜 회사 이름을 왜 넣는걸까?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이 케이스를 산 지는 벌써 꽤 시간이 지났다. 유튜브에서 무려 140만 뷰를 기록한 아이폰 꿀팁 영상에서 에디터H가 잠깐 노출한 적이 있는데, 아이폰 꿀팁에 대한 댓글만큼 케이스 어디서 샀냐는 댓글이 많았다는 게 함정. 심지어 네이버 연관 검색어도 ‘디에디트 케이스’로 바뀔 정도였다. 아무래도 디에디트 케이스 같은 걸 제작해야하나. 여러분 만약에 만들면 사주실래요?



사실 별 거 없다. 앞뒤로 다른 색을 입힌 스팽글을 다소 투박한 모양의 검은 케이스에 잘 꿰어 낸 뒤, editor M이란 문구를 도장찍듯 프린트 한 게 전부다. 하지만 확실한 건 기분좋게 만드는 케이스다.



스팽글을 괴롭힐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난다. 볕이 좋은 날엔 온 사방으로 빛을 쏘아대며 반짝인다. 그래서 자꾸만 만지고 싶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지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런 거. 다만, 얄팍한 스팽글은 폰을 손에 쥘 때마다 꼭 생선 비닐을 잡은 것처럼 까끌거린다.



솔직히 난 벌써 아이폰에 다른 케이스를 씌웠다. 하지만 에디터H는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다. 낯선 사람과 미팅을 할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스마트폰 케이스에 숨겨진 문구를 자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이 케이스의 매력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잠시라도 사로잡고, 대화의 흥미로운 시작점이 되어주니까.



최근 케이스티파이에서 하나 더 질렀다. 에어팟2를 산 것을 기념해 에디터H와 나란히 커플로 산 에어팟 케이스다. 얇고 가벼운 실리콘 재질인데, 2가지 색을 골라서 뚜껑과 본체의 색을 바꿔끼우면 멋진 투톤의 에어팟 케이스가 된다. 막상 사놓고 보니 사진 만큼 고급스럽진 않다. 하지만 어쨌든 케이스티파이는 사람의 마음을 잘 움직이는 브랜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시는 게 좋겠다. 얄팍한 광고에 낚여서 산 케이스란 걸 인정하다. 하지만 이런 작은 반짝임이 겹치고 쌓여 우리 인생을 더 재밌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난 사는 재미가 없을 땐 아이폰 케이스를 사는 여자니까. 깔깔.


기사제보 및 제휴 문의 / hello@the-edit.co.kr



매거진의 이전글 반지끼는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