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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May 24. 2019

내 우울을 날려준 물건들

이걸 사면 삶의 질이 조금은 올라가겠지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봄 혹은 가을을 탄다던데 나는 여름을 타는 편이다. 심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인데도 말이다! 야들야들한 연둣빛 나뭇잎이 진초록이 되는 시절이 오면, 내 마음은 이상하게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래서인지 최근 사는 재미가 참 없었다. 사는 재미가 없으니 자꾸만 이것저것 질러댔다. 내가 바로 디에디트의 슬로건,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를 찾는 사람의 전형이다!



오늘은 내 우울을 날려준 물건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무표정한 내 일상에 비죽 입꼬리를 올려줄 작고 소박한 아이템들. 혹시 또 모르지. 딱딱하게 굳어있던 당신의 마음도 이 물건을 보고 말랑말랑 당장 지르고 싶어 근질거리게 될지도.


오쏘몰 오르토몰 바이탈F, 7만원 대(30일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양 보조제를 믿지 않았다. 영양제는 그저 비싼 오줌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것도 다 옛말이다. 매일 야근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연명하니 몸도 마음도 삭는다. ‘시간도 의지도 없는 난 가장 쉬운 돈으로 건강을 산다!’라는 마음으로 딱 일 년 전부터 열심히 이것저것 챙겨 먹고 있다. 그런데 말이지 이 영양제라는 것이 먹기 시작하면 먹어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고 복잡하다. 하루 세 번 식사 후 충분한 물과 함께 섭취하라니, 그렇게 부지런했으면 내가 이렇게 골골거릴 리가 있냔 말이다.



그러다 이걸 봤다. 영양제계의 벤츠, 샤넬이라고 불리는 오쏘몰. 라인은 총 세 가지가 있는데 여성은 F를 남성은 M을 그리고 면역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은 이뮨을 고르면 된다. 독일에서 만든 명품 비타민이라거나, 수입사가 만든 마케팅 용어가 분명한 수상한 별명보다 내 마음을 흔든 건 하루에 한 병, 이 하나로 해결되는 깔끔함이다. 한 박스에 딱 30병, 한 달 치 분의 양이 들어있는데 난 두 박스를 한 번에 구입했다. 워낙 고함량 비타민이라 두 달 정도 꾸준히 먹은 뒤 일 년 정도의 휴식기를 가지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니까 괜히 더 믿음이 가는 것 같고 뭐 그렇다.



덕분에 매일 밤 나만의 루틴이 생겼다. 샤워를 마치고, 얼굴에 스킨로션을 바르고 시원한 물 한 잔과 오쏘몰 한병을 챙겨 침대에 앉는다. 뚜껑의 은박지를 벗겨 알약 한 알을 꺼내 물과 함께 섭취하고 뚜껑을 비틀어 오렌지 맛이 나는 진득한 액체를 털어 넣으며 혼자 되뇐인다.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단골공장 정준산업 요술 때밀이 장갑, 6천원 대 



최근 재미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무려 공장 큐레이션 플랫폼, 단골공장이다. 무려 공장 큐레이션 플랫폼을 지향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열심히 좋은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소비자를 1대 1로 연결하는 ‘공장 직거래’ 사이트다. 솔직히 사이트의 레이아웃은 조금 촌스럽고 멘트는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다. 매일 예쁘게 포장되고 브랜딩된 물건만 보던 내게 이걸 만드는 사람과 장소의 소음과 땀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때밀이 장갑은 내가 단골공장 펀딩으로 산 제품이다. 사실 정준산업의 요술 때밀이 장갑은 내 소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아이템이다. 때타올 계의 에르메스, 일명 ‘때르메스’라고 불리며, 아프지 않고 시원하게 몸의 때를 밀 수 있는 혁신의 아이템! 원래는 분홍색인데, 단골공장에서는 특별한 화이트 에디션을 팔길래 한치의 망설임도 겁도 없이 무려 한 박스를 샀다. 게다가 그리고 사용 후 장갑을 걸어두어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장갑걸이도 고작 400원을 더 내고 받았으니 핵이득.



유사품도 많지만, 정준산업의 요술 때밀이 장갑은 차원이 다르다. 아프지 않으면서도 딱 좋을 정도의 시원함을 자랑한다. 샤워 후 몰라보게 부드러워진 피부를 쓰다듬어 보면 속된 말로 짝퉁이 따라갈 수 없는 품격이 느껴진다. 단골공장을 통해 알게 됐는데, 때를 잘 벗겨 주면서도 내구성 갖추기 위해 엄청난 연구를 했단다. 그 결과 자작나무로 만든 실을 머리카락보다 30배 얇게 만든 뒤, 그걸 150번 꼬아 만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굴곡이 딱 좋은 정도로 때를 벗겨준다고.



최근 의도치 않게 일본을 자주 다녀왔다. 일본은 장인이 대접받는 나라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과연 지금도 이걸 누가 살까?’싶은 물건을 팔고 있는 오래된 가게를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난 아직 우리나라도 좋은 물건을 만들어 오고 있는 곳이 많다고 믿는다.


어딘가에서는 겉만 번드르르한 브랜딩이나 예쁜 포장 같은 걸 할 줄 몰라도 묵묵하게 좋은 물건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분명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고. 그래서 정준산업도, 이런 곳을 찾아 소개하는 단골공장도 있는 힘껏 응원하고 싶어진다.


오르에르 라운지 펜텔 Pula man, 3천원 대



모든 것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이 시대라지만 펜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있다. 매일 아침 things 3(이 앱이 궁금하다면 리뷰를 확인하자)으로 할 일을 차곡차곡 정리하지만, 전화 받으면서 메모가 필요한 순간, 급하게 생각난 일을 메모장에 슥슥 휘갈겨 쓸 수 있는 펜만한 게 또 어디 있나.



펜텔은 일본에서 벌써 100년이 넘은 문구 브랜드다. 가격은 좀 있어도 내구성이 워낙 좋아서 한번 사면, 잃어버리지 않고서야 주구장창 쓸 수 있는 그런 제품을 만든다. 특히 샤프 같은 경우는 몇십 년도 문제없고 0.3mm 0.2mm 샤프심을 처음 만든 것도 바로 이 펜텔이라고.


[얼마전에 방문한 오르에르 라운지. 데려오고 싶은 펜이 참 많았다]

젠 체하지 않으면서도 슥슥 써진다. 벌써 몇 개월째 사용 중이지만 아무리 막 휘갈겨도 앞쪽의 펜촉이 휘거나 뭉그러지지 않고, 잉크는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치지도 않게 나온다. 어떤 종이에 펜을 대도 손에 힘을 줄 필요 없이 슥슥 쓸 수 있는 펜을 찾는다면 추천! 난 선물 받았지만 성수동의 오르에르 2층 라운지에서 살 수 있다.


이노다커피 유리컵 1만 5천원 대 



사실 우리 엄마도 모르게 나 혼자 마음먹은 프로젝트가 있다. “내년엔 독립을 한다!”서른이 훌쩍 넘었으니 이제 나도 둥지를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내년 5월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마음에 드는 그림, 인테리어 소품 그리고 컵을 꼬물꼬물 모으고 있다. 바닥이 두툼한 머그컵부터, 작고 투명한 유리컵까지 예쁜 컵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어김없이 사고 만다.



귀여운 로고가 그려진 건, 얼마 전 엄마랑 다녀온 교토 여행에서 산 이노다커피의 유리잔 그리고 얼기설기 옷을 입고 있는 건 모로코에서 온 유리잔이다. 이노다커피 유리잔은 카페에 들렀다가 물잔으로 나온 모습에 홀딱 반했다. 오렌지색 커피 포트 로고가 너무 심쿵이지 않나. 둘 다 그리 크지 않아서 물을 가득 따르면 한 번에 원샷 하기 딱 좋은 양이 담긴다. 매일 마시는 물도 예쁜 컵에 담아 마시면 더 맛있다. 딸기 우유도, 맛있는 커피도 마찬가지.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기분도 맛도 좋아진다고 믿으니까.


무인양품 파자마, 5만원 대 



나에겐 이상한 습관이 있다. 외출복 대신 자꾸 파자마를 산다. 내 옷장엔 하루에 3번씩 잠을 자도 문제없을 만큼 다양한 파자마가 있다. 이런 나를 두고 에디터H는 티 안 나는 데 돈 쓰는 재주가 있다고 비웃지만 몸에 적당히 붙으면서도 까슬거리지 않고 불편한데 없이 잘 맞으면서도 볼품없어 보이지 않는 잠옷을 사는 건, 좋은 친구를 만나는 일처럼 귀하고 기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에서 사 온 무인양품 파자마는 완벽하다. 귀여운 체크무늬에 카라 형태까지 우리가 파자마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완벽한 디자인이다.



특히나 여름에 시원하고 구김이 가지 않는 시어서커 소재라 더 좋다. 시어서커는 굵기나 꼬임이 다른 두 종류의 실을 엮어 그 두 가지 실이 가공되는 과정에서 수축되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격자무늬가 나타난 직물을 말한다. 격자무늬가 입체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따라서  몸에 척척 들러붙지 않고 땀을 잘 흡수해서 여름에 이불이나 옷 소재로 많이 사용된다. 게다가 제일 좋은 건 구김이 전혀 가지 않는다. 아무리 구겨도 절대 구겨지지 않아 여름 재킷도, 남방도 시어서커 소재를 선호한다. 아무튼 아직 무인양품 파자마는 아직 개시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날이 더워지면 꺼내 들 예정이다.


만약에 여러분도 괜찮은 잠옷을 찾고 있다면,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을 추천한다. 일단 소재가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면서도 무엇보다 예쁜 디자인의 파자마가 많다.


아사히 민티아, 1천원 대



내가 민트를 좋아한다. 편의점이나 올리브영 같은 데서 카드를 내밀다가도 계산대 아래 못 보던 민트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외국 여행에서도 못 보던 민트가 있으면 일단 사고 보는 편이다.



덕분에 먹어보지 않는 민트가 거의 없는데, 요즘은 이걸로 정착했다. 정말이지 최고다.


아사히에서 나온 민티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맥주 만드는 아사히 맞다. 아무튼 그동안 사본 민트 중에 가장 효과가 좋다. 물색없이 졸린 어느 오후, 혹은 입안에서 단내가 나는 날 이거 한 알이면 10초 만에 상쾌해진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맵지만, 먹고 나면 기분 나쁜 단맛이 돌지 않아서(기껏 민트를 먹었는데 단맛이 남는 거 진짜 싫어한다) 양치한 것처럼 깔끔하다. 신용카드 크기에 납작해서 지갑에 넣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도 마음에 든다.



난 이미 한 박스나 대량 구매해 둔 상태. 도쿄 여행 3일 전에 급하게 직구한(대체 왜?) 민티아 한 박스. 일본 직구라 일본 신문에 싸여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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