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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May 23. 2019

라이프 매거진, 패션브랜드로 재탄생

안녕 디에디트의 잡지 수집가 에디터 B다. 아침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성공한 30대의 아침’ 같은 자기계발서에 나올 것 같은 말이지만, 난 아주 공감하는 말이거든. 시간이 부족한 아침에는 최우선으로 중요한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니까. 수영에 빠진 내 친구 Y는 아침마다 수영을 하고, 나는 원피스 트레저 크루즈라는 모바일 게임을 일어나자마자 켜서 접속 보상을 얻는다. 후훗.


그리고 하나 더. 이건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인데, 뉴스 검색란에 궁금한 키워드를 하나씩 입력한다. ‘매거진’, ‘잡지’, ‘서피스폰’, ‘크랭크인’ 같은 것들. 그러던 어느 날, ‘매거진’으로 검색을 하자 이런 뉴스가 떴다. ‘라이프 매거진, 패션브랜드로 재탄생한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거다!



미국의 라이프 매거진에서 직접 판매하는 건 아니다. 링크인터내셔널에서 라이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라이프 아카이브’라는 패션 브랜드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5월 9일에 런칭한 새내기 브랜드.



빨간색 로고 하나가 확실한 ‘뽀인트’가 되기 때문에 티셔츠에 작게 들어가도 충분히 예쁘다. 티셔츠 말고도 토트백이나 캡, 버킷햇도 판매하고 있더라. 모자는 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미국의 프로야구 선수 재키 로빈슨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바로 이 모자.



신나서 얘기하는 중이지만, 사실 나는 라이프 매거진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긁적). 라이프 매거진은 1936년에 창간되어 2007년에 폐간한 잡지이고, 그때 나는 잡지에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PC파워진이나 필름2.0 정도만 봤다.


[평생을 바쳐 일했던 라이프가 문 닫는다는 소식을 들은 월터. 멘붕]


그런데도 이렇게 라이프 매거진을 애정하는 이유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와 잡지 역사에 남긴 전설적인 ‘썰’들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를 잠깐 얘기하자면, 라이프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종이 잡지를 폐간하고 웹진으로 변신을 한다. 하필이면 주인공 월터는 필름 인화를 담당하는 사람이라 구조조정 대상 1호가 된다.


[여기는 아이슬란드. 포토그래퍼를 찾으러 가는 월터. 스케이트 보드가 고장나서 달리기를 시작한다]


종이잡지를 구시대의 유물 정도로 취급하는 구조조정 책임자는 그에게 폐간호 커버 사진이나 준비하라고 재수 없게 말하는데, 하필이면 방랑 포토그래퍼가 보낸 필름이 온데간데없어진다. 결국 월터는 사진을 다시 받기 위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포토그래퍼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집과 회사밖에 모르던 소심이 월터는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며 라이프의 모토처럼 세상을 눈으로 마주하게 된다. 여행지가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다웠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아이슬란드에 가야겠다고 다짐하며, ‘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9가지’에 넣었다.



갑자기, 분위기, <출발! 비디오 여행>이 된 것 같지만,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월터가 라이프의 모토를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통쾌하다.


“세상을 보고,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LIFE)의 목적이다.”


크으으. 다시 봐도 소름이 돋는 문장이다. 라이프 아카이브의 슬로건 역시 비슷하다. ‘To See Life, To See The World” 거, 에디터 양반, 너무 거창한 거 아니오,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사진을 보면 그럴 수 없을걸. 


[The Loyalist militianman at the moment of Death, Robert Capa, 1936. ⓒmagnum photos]
[American Troops Landing on D-Day, Omaha Beach, Normandy Coast, France, Robert Capa, 1936. ⓒmagnum]

라이프의 전설적인 포토그래퍼 로버트 카파가 찍은 사진이다. 둘 다 전쟁 사진인데, 첫 번째 사진은 조작 논란이 있긴 한데, 두 번째 사진은 진짜다. 병사들과 함께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한 카파 옆에는 독일군의 총을 맞아 죽어가고 사람들이 있고, 그의 라이카 카메라에는 여기저기 피가 튀었다고 한다. 왠지 사진 속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나.

[Winston Churchill making “V” for victory sing, 1945, 라이프 아카이브 제공]


갑자기, 분위기, <서프라이즈>가 된 것 같지만 놀라운 이야기 하나만 더. 처칠의 장례식을 취재하기 위해 라이프는 사망 2년 전부터 장례식이 열릴 가능성이 큰 장소에 방을 임대하고, 촬영 준비를 끝냈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라이프가 임대한 비행기에서 필름 인화, 기사 작성, 편집까지 끝마치고 비행기가 미국 땅을 밟는 순간 잡지를 배포했다고 한다. 이제 다시 라이프 로고를 볼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좀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 마블 팬들이 마블 로고만 봐도 두근거리듯 나는 이 라이프 로고만 봐도 두근거리고 그렇더라. 그래서 제품군 중에서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들은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들이다. 사진 너머로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아서.



현재 7종을 판매하고 있는데, 나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티셔츠를 샀다.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순간을 담은 사진이다. 가격은 3만 9,000원. 작품 한 장을 산다는 마음으로 흔쾌히 구매했다.


[사진은 자유의 여신상과 관광객들을 찍은 포토그래퍼 마가렛 버크화이트 작품]
[맨하튼 상공을 날고 있는 더글러스 DC-4를 찍은 사진(1939). 마찬가지로 마가렛 버크화이트의 작품]
[Margaret Bouke-White(1904-1971)]

이 사람이 바로 마가렛 버크화이트다. 나는 이번에 티셔츠를 쇼핑하다가 그의 존재를 처음 알았지만, 로버트 카파 못지않게 라이프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인물이더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서양 기자 최초로 스탈린 초상을 촬영했고, 이외에도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가진 기자다. 간디를 촬영하기 전에 그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 물레 돌리는 법을 먼저 배웠다고 한다. 난 이런 프로페셔널을 보면 반할 것 같더라. 사진을 몇 년을 찍었는데도 대충이 없는 진지한 태도가 멋있지 않나.


[A teenaged boy and girl big pies and laughing, Peter Stackpole, 1947]
[V-J Day in Times Square, Alfred Eisenstaedt, 1945]

웹사이트를 보니 라이프 아카이브가 보유한 사진들이 이것 말고도 많더라. 간디, 처칠, 마를린 먼로 같은 유명인의 사진부터 당시 미국인의 일상까지. 언젠가는 이들이 프린트된 티셔츠가 또 나오겠지. 아, 그리고 지금 지금 구매하면 일회용카메라를 ‘겟’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니까, 이왕 살 거면 이벤트에 참여해서 선물을 받자.



티셔츠 위주로 소개하기는 했는데, 앞으로 여행용 캐리어, 잡화, 문구까지 다양한 제품을 계속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7월에는 실용적인 양품을 만들기도 유명한 로우로우와 콜라레이션도 할 거라니까 귀를 쫑긋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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