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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l 15. 2019

카스가 영화를 만들었다. 맞다, 그 맥주회사

올여름 카스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영화 시사회에 다녀왔다고 하면 보통은 이런 반응이다. “오오 어땠어?” “시사회라니 재밌겠다” 사실 대단한 건 없다. 언론시사회는 조금 뻔하게 진행된다. 빈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고, 배우들의 포토타임이 있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뻔하지 않았다. 모처럼 특별한 시사회를 다녀왔다.<아오르비>라는 단편영화다.


[카스 인형이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아오르비>는 영화제작사가 아닌 주류회사 카스에서 만든 인터랙티브 필름이다. 인터랙티브 필름이란 시청자가 스토리에 개입하고 그 선택에 따라 줄거리가 달라지는 영화를 말한다.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블랙미러: 밴더스 내치>, <당신과 자연의 대결>이 그 예다.


[한 소년이 게임을 개발해나가는 이야기. 블랙미러: 밴더스 내치.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이 아이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개발자로 성공하기도 한다]
[탐험가 베어 그릴스와 함께 정글을 모험하는 이야기. 당신과 자연의 대결. 숲에서 만난 뱀을 피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선택은 모두 당신의 몫]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고 심지어는 결말까지 바뀌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보고 나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출현을 목격했다고 생각했다. 영화 같기도 게임 같기도 한 것이 새로운 자극을 주더라. 못 먹어 본 맛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앞섰다. 유튜브로 보여줄 인터랙티브 필름은 어떤 모습일까.



시사회에 들어가기 전에는 프레스킷을 받는다. 이 책자에는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적혀있다.


영화의 줄거리, 출연 배우들 그리고 보도자료. 보통은 “안녕하세요, 명함은 여기 주세요”라고 말할 행사 담당자가 다른 대사를 했다. “파란색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흰색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컨셉 독특한 시사회구나. 파란색을 선택하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시청자가 선택을 한다는 인터랙티브 필름의 특징이 시사회에 반영되어있었는데, 위에 보이는 저 기계도 그중 하나. 영화를 보고 선택해야 할 상황에 기자들은 A나 B를 누르면 된다더라.



유튜브의 인터랙티브 필름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을까 궁금했는데, 구글코리아의 김태원 상무의 설명을 들으며 궁금증이 풀렸다. 유튜브 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게 아니라 기존의 ‘추천 영상’을 활용했다는 것. 유튜브 영상이 끝나면 뜨는 그 추천 영상 말이다.


영상이 끝나면 두 개의 영상 링크가 뜬다. A와 B가 바로 두 가지 선택지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다음 스토리가 진행된다.


넷플릭스의 방식은 한 영상 안에서 선택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유튜브의 방식은 다른 영상으로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잠깐의 로딩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호흡을 이어지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유튜브 레드는 필수적일 것 같았다.



이쯤에서 <아오르비>의 줄거리를 잠깐 설명해볼까. 아오르비는 ‘A or B’를 그대로 읽은 말이다. 시대 배경에 대해 정확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정부가 국민의 선택을 통제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끊임없이 ‘정부가 선택을 합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디스토피아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 혹은 영화 <매드맥스>의 독재자 임모탄이 떠올랐다.



멍한 표정으로 다니는 국민들은 선택해야 할 때 손바닥에 쥔 작고 동그란 기계를 보며 그 선택을 따른다. 그들은 자유의지가 없는 좀비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최Z-163(최우식 분)이 쥔 기계에 본 적 없는 메시지가 뜬다. ‘떠날 것이냐 남을 것이냐’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최Z-163이라는 이름도 역시 정부에서 골라준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 고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사회를 하면서 웃긴 상황이 여러 번 나왔는데, 기자들이 계속 주인공을 사지로 몰아넣는 선택을 하는 거다. ‘도망친다 or 멧돼지와 싸운다’에서 멧돼지와 싸우게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어떻게 멧돼지와 싸워서 이겨…

보통의 시사회는 삭막하다. 기자들의 웃음소리를 듣기 힘들고, 분위기는 조요-용하다. 그런데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도망친다’ or ‘현실에 순응하며 산다’에서 최Z-163을 현실에 순응하게 만들어서 프레스 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결국 주인공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그냥 현실에 순응하기로 했다. 진행자는 당황.



추천영상 기능을 재해석한 건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10분짜리 단편영화에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지만, 스토리나 설정은 특별하지 않았다. 통제된 사회에서 탈출한다는 줄거리는 <매드맥스>, <아일랜드> 등 비슷한 영화가 많이 떠오르고, 최Z-163만 왜 특별히 의식이라는 걸 하는지, 공간 이동이라는 설정은 왜 들어가 있는지, 당근을 파는 아주머니(이정은 분)의 정체는 무엇인지, 가드(이정현)는 왜 말을 타는지, 스타일리시하지만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테일에 대한 유추도 힘들었고.


그냥 재미있게 보자고 만든 짧은 인터랙티브 필름이니까 이런 점은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 영화에 야스 캠페인의 메시지가 잘 녹아있지 않다.



카스가 선보이는 야스 캠페인은 ‘자신의 선택을 믿고 그 선택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좋은 메시지다. 우리에겐 원하는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으니까.


하지만 모든 선택을 응원한다는 야스 캠페인과 다르게 <아오르비>는 옳은 답과 틀린 답을 구분하고 있다. 물론 잘못된 선택으로 체포되는 장면이 재미는 있겠지만, 캠페인의 메시지를 잘 보여주는 영상인지는 모르겠다.



<아오르비>가 야스 캠페인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 말고도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재미있게 푼 영상들이 있다. 탕수육 소스를 부어 먹을 것이냐 찍어 먹을 것이냐,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다운시키는 발라드를 부를 것이냐 말 것이냐 같은 상황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부먹vs찍먹’ 편을 포함해 세 편의 영상을 광고대행사 위든&케네디에서 제작했다는 거다. ‘위든&케네디? 뭘 만들었는데?’


나이키의 그 유명한 Just do it이라는 카피를 만든 게 바로 이곳. 그 외에도 페이스북, BMW, 포드 등 많은 브랜드의 광고를 작업했더라.



위 나이키 영상 역시 그들의 작업물이다. 궁금증이 생겼다면 위든&케네디 작업물을 구경해봐도 좋겠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아오르비>가 야스 캠페인의 전부는 아니다.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그린북>의 촬영감독 숀 포터가 참여하고, 해외의 다양한 감독과 작업을 한다고 하니 이쯤되니 참 궁금해진다. 올여름 카스의 선택은 무슨 결과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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